‘안내·통역로봇, 환영로봇, 음료서비스로봇, 청소로봇, 벽화로봇….’
평창동계올림픽(2월9~25일, 패럴림픽 3월9~18일) 경기장과 선수촌, 프레스센터, 공항 등에서 선보일 국산 로봇이다. 대회기간 로봇 스키대회에 참가하는 로봇선수도 있다. 앞서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휴머노이드(인간과 유사한 로봇) ‘휴보’와 탑승형 이족보행 로봇 ‘FX-2’,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개발한 해양탐사로봇 ‘크랩스터’가 성화 봉송에 참여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로봇(11종 85대)을 선보이며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앞서 세계인들에게 첨단 기술강국의 이미지를 심을 기회를 잡았다. 현재 도쿄올림픽에서 체조경기 심판에 로봇을 활용하자는 논의가 이뤄지는 등 일본·중국에서도 올림픽에 로봇을 적극 활용할 태세다. 물론 이번 평창올림픽에 나오는 로봇 회사들이 공식 후원·협찬사가 아니어서 브랜드를 드러낼 수는 없지만 주관방송사인 미국 NBC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 로봇의 보편화 가능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2016년 3월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에서 인공지능(AI) 붐을 일으킨 것처럼 평창올림픽에서 로봇 붐을 일으킬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그렇다면 평창올림픽에 투입되는 로봇의 작동원리는 뭘까. 평창동계올림픽 로봇지원단 총감독인 오준호 교수의 해설을 통해 그 원리를 들여다본다.
로봇은 엄밀히 얘기하면 기계·전자장치다. 로봇은 전기모터로 움직인다. 유압장치도 있다. 그것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하는 고도의 제어기술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팔은 몇 도로 꺾어라, 얼마 속도로 걸어라…’ 등의 지령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제어장치 센서와 구동장치가 정교하게 작동해야 한다. 모터 수에 따른 복잡도가 클수록 더욱 정교한 로봇이 된다. 청소로봇은 2개, 산업용 로봇은 6~7개인 데 비해 휴보는 35개다. 오 교수는 “유연하고 복잡하며 정교하고 특이한 작업을 많이 할수록 로봇의 자유도가 높아진다”며 “사람은 손가락 마디마디를 꺾을 수 있어 자유도가 수백 개가량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자유도를 높여 유연하게 하면서도 내부 장치들이 서로 조화롭게 연동되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구동기가 힘이 있으면서도 가볍고 유연하고 빠르게 작동해야 한다. 휴보의 경우 10개의 구동기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조화롭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게 과제다.
로봇은 외부환경을 인지하기 위해 카메라·레이더·초음파·적외선을 많이 쓴다. 이때 주변 잡음을 제거해 정확한 신호를 뽑아내느냐가 중요하다. 저렴하면서도 소형으로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방대한 데이터를 빨리 처리해 판단한 뒤 행위로 옮기게끔 AI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적용된다. 평창올림픽에서 선보이는 로봇에도 크든 작든 AI 기술이 녹아 있다. 딥러닝은 지난 1980년대 초부터 소개된 신경회로망을 이용한 자가학습법으로 데이터가 축적되는 것에 따라 기계가 스스로 자신을 갈고닦는 법을 익힌다. 일관성 있는 규칙을 찾아 배운다. 최근에는 A·B 다음 C가 아닌 F까지 생각할 수 있는 비선형적 신경회로망도 발전하고 있다. 사람의 사고력을 따라간다. 시각·청각·촉각에다 위치와 경사도 등을 느끼는 센서에 AI가 가세해 사람을 모방하며 감성을 갖춰 가정용과 산업용·재난구호용 등으로 활용된다. 홍콩의 핸슨로보틱스가 개발한 ‘소피아’의 경우 AI로 인간의 감정 중 62가지를 표현하며 장단을 맞춘다.
오 교수는 “요즘은 딥러닝을 풀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소스가 공개돼 있어 그것을 활용해 많은 데이터를 넣어 로봇을 가르치게 된다”며 “어느 수준까지 딥러닝을 녹여내느냐에 따라 로봇 기술이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힘이 세게 모터 구동기를 만들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처럼 공중제비도 할 수 있고 자유도를 높이면 성화도 봉송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되는 식이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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