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최고경영자(CEO)가 약속이나 한 듯 올해 초유의 경영난을 예고하고 뼈를 깎는 생존 노력을 주문했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는 3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건조 물량이 더 줄어든 만큼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엄중한 상황을 맞닥뜨릴 것”이라며 “특히 해양플랜트 부문은 몇 달 후면 일감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했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 역시 이날 신년사에서 “시황은 서서히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만 회사는 여전히 큰 위기에 처해 있다”며 “위기를 극복할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추락할 것인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두 대표가 일제히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이유는 조선사가 ‘일감 절벽’에 직면한 탓이다. 선박 수주 후 설계 등을 거쳐 조선소에서 본격적으로 건조가 시작될 때까지 보통 1~2년 정도 소요되는데 2015년부터 2016년까지 2년간 지속된 수주 가뭄 여파가 올해부터 본격화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조원가량 줄어든 7조9,870억원으로 낮췄으며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올해 2,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난해 말 털어놓았다.
양사는 위기 극복을 위해 무엇보다 계획된 유상증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남 대표는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5월 예정된 유상증자(1조5,000억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며 임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을 통해 원가 절감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임원 수를 30% 가까이 줄이는 한편 전체 조직을 89개에서 67개로 조정해 긴축 경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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