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정면충돌했다. 지난해 금감원 감독 분담금을 부담금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놓고 벌인 갈등에 이어서 나온 것이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방침에 대해 기재부에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기재부는 올해 새로 공공기관을 지정하기 위해 금감원을 비롯한 500여개 기관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 법률요건 심사 결과를 각 기관에 통보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지 않은 금감원은 공공기관 유형의 하나인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에 속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매년 기재부의 경영평가를 받아야 하고 평가점수가 기준에 미달하면 해당 기관은 성과급이 깎이거나 기관장 경고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국회를 통해 금감원 통제를 강화해도 된다”며 기재부 방침에 반기를 든 모양새가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금감원의 예·결산서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일부에서는 금융위가 “기재부의 방침이 관철될 경우 금감원은 국회·금융위·기재부 등 ‘3중 통제’를 받게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금감원의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이다.
기재부와 금융위는 지난해 금감원 예산 통제권을 둘러싸고도 한 차례 충돌한 적이 있다. 감사원은 금감원에 대한 감사 결과 ‘방만 경영’을 지적하면서 “분담금이 부담금관리기본법의 부담금으로 지정되도록 기재부 장관과 협의하라”고 금융위에 통보했다. 이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이를 반영한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금융위의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에서 법안심사 보류를 요청했고 기재위에서 이를 수용하면서 갈등이 가라앉았다.
그러다 이번에 기재부가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이라는 민감한 카드를 꺼내면서 금융위와의 갈등이 다시 표면화됐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둘러싸고 기재위와 금융위 간 갈등이 점점 고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 반발과 관련해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법률요건 심사 결과와 금융위의 의견을 고려해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이달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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