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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인 듯 신약 아닌 '바이오베터'…K바이오 차세대 슈퍼스타

기존 출시된 오리지널 의약품에

효능이나 투여횟수·방식 등 개선

신약 개발보다 비용·실패부담↓

약가 2~3배·특허권도 자유로워

셀트리온·GC녹십자 등 선점 나서





국내 바이오제약기업들이 기존 바이오의약품을 개량한 ‘바이오베터(biobetter)’ 개발에 뛰어들면서 잇따라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신약의 효능을 개선한 바이오베터는 특허에 구애받지 않고 부가가치도 월등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 이은 ‘K바이오’의 차세대 주력 제품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068270)은 연내 완료를 목표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베터 ‘램시마SC’의 임상 3상에 막바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정대로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이르면 내년 중으로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램시마SC를 선보일 계획이다.

램시마SC는 셀트리온이 앞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투약 방식을 정맥주사형에서 피하주사형으로 바꾼 제품이다. 정맥주사형은 환자가 매번 병원을 방문해야 하지만 피하주사형은 환자 스스로 투약할 수 있어 편의성이 대폭 향상된다.

램시마는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레미케이드는 전 세계 매출액 5위를 달리는 초대형 의약품이었지만 셀트리온이 램시마 개발에 성공하면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다 레미케이드의 최대 단점이었던 투약 방식을 변경한 바이오베터로 램시마SC가 출시되면 레미케이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개발 중인 23종의 신약 중 10종을 바이오베터로 내걸었다. 모두 약효의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독자 바이오베터 기술인 ‘랩스커버리’ 플랫폼을 적용했다. 가장 상용화에 근접한 제품은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을 수출한 호구증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암젠의 ‘뉴포젠’을 겨냥한 바이오베터로 현재 임상 3상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프랑스 사노피에 기술을 이전한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임상 3상을 시작했다. 사노피는 지난 2015년 한미약품과 5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해 글로벌 바이오제약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임상 결과가 한미약품의 바이오베터 경쟁력을 글로벌 무대에서 입증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GC녹십자(006280)는 국산 최초 바이오베터이자 세계 두번째로 개발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임상시험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인 샤이어의 ‘엘라프라제’보다 효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글로벌 진출을 자신하고 있다. 희귀질환인 탓에 전 세계 환자 수는 2,000여명 수준이지만 치료제가 2종 밖에 없어 연간 6,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주도할 기대주로 꼽힌다. GC녹십자는 후속 바이오베터로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을 겨냥한 ‘ MGAH22’의 임상 3상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베터는 바이오시밀러처럼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차이는 확연하다.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의약품과 엇비슷한 효능을 가진 복제약인 반면 바이오베터는 기존 제품에 비해 효능, 투여 횟수, 투여 방식 등에서 월등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때문에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70% 내외로 정해지지만 바이오베터는 일종의 개량신약으로 분류돼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보다 2~3배 가량 더 비싸게 팔린다.

신약의 범주에 들어가는 만큼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권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장점이다. 바이오시밀러는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될 때까지 출시를 기다리거나 소송을 통해 특허기간을 단축시켜야 한다. 하지만 바이오베터는 각국 정부의 허가만 받으면 바로 출시할 수 있다.

새롭게 신약을 개발하는 것에 비해 개발기간이 짧고 비용부담이 덜하다는 것도 바이오베터의 경쟁력이다. 기존에 출시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개선하는 것이어서 후보물질 발굴 등 온전히 새로 신약을 개발하는 것보다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오리지널 의약품을 개발했던 기업이 자사 제품의 바이오베터 개발에 나서는 사례도 잇따르는 추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암젠이 지난 2002년 첫 바이오베터를 출시한 이후 글로벌 바이오베터 시장은 현재 10여종에 불과할 정도로 이제 막 성장세에 접어든 상황”이라며 “국내 바이오제약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신약 개발에 버금갈 정도로 부가가치가 월등한 바이오베터에서도 조만간 블록버스터급 국산 의약품이 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용어설명>바이오베터(Biobetter)=이미 출시된 바이오의약품 신약의 효능이나 투여 횟수, 투여 방식을 개선한 바이오의약품. 기존 바이오의약품에 비해 경쟁력이 우수하고 환자 편의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슈퍼 바이오시밀러’ 또는 ‘바이오 개량신약’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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