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자율주행 전문 기업 오로라(Aurora)와 기술 개발 동맹을 맺고 관련 기술 선점 전쟁에서 역전 홈런을 노린다. 양측은 주행의 거의 전 과정에서 운전자가 손을 떼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을 오는 2021년까지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내용의 ‘현대차그룹-오로라 프로젝트’ 가동 계획을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18’의 현대차 미디어 행사에서 발표한다. 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R&D) 총괄 부회장과 크리스 엄슨 오로라 최고경영자(CEO)는 CES에서 한 무대에 올라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양측의 협력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오로라는 최근 자율주행 분야에서 단연 ‘라이징 스타’로 꼽히는 스타트업이다. 구글의 자율주행 기술 총책임자 출신인 엄슨 CEO와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총괄 스털링 앤더슨, 우버의 인식기술 개발 담당 드루 배그넬 등 미국의 자율주행 분야 선구자들이 지난 2016년 창립해 세계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분야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 각종 센서 및 제어기, 클라우드 시스템과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백엔드 솔루션 등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협력을 기반으로 무결점의 자율주행차를 시장에 조기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IT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이 분야에서 ‘게임 체인저’로 떠올라 앞으로의 판을 주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양사는 이를 위해 3년 이내에 업계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해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두 회사가 2021년까지 상용화하기로 한 레벨 4수준에서는 대부분의 주행 과정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달린다.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뗀 채 돌발상황에 대해서만 주의를 기울이면 되는 사실상의 완전한 자율주행이다. 아울러 자율주행 기술의 양축을 이루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도 동시에 개발한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와 제어 기술들을 공유하고 통합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도 협력한다. 기술 개발에 이용될 차량으로는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가 최우선적으로 활용된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수소전기차에 자율주행 4단계 수준의 기술들을 탑재해 다음달 초부터 국내 고속도로와 시내 도로에서 시연할 계획이며 여기서 얻은 경험도 오로라 프로젝트와 공유할 방침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테스트할 최적의 스마트시티도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인텔과 엔비디아 등 데이터 처리장치 업체들은 세계 유수의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업계와 동맹을 결성하고 자율주행 개발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그간 독자 개발을 고수해 하루빨리 해외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오로라와 동맹을 체결하면서 현대차그룹이 기존의 양대 동맹을 제치고 자율주행 기술을 선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오로라와의 협업에 그치지 않고 다른 기업들과의 협업도 추진하겠다”면서 “자율주행차 개발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할 계획인 만큼 글로벌 기술 변화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