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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행복한 100세시대] 가상화폐라는 광풍(狂風)

투기와 투자 사이...가상화폐 시장 신중하게 접근해야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가상화폐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코스닥을 넘어선지 오래고 우리나라는 세계 가상화폐 거래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9년에 만들어진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유형의 화폐라고 할 수 있다. 암호화폐라고도 불리는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에 기반하여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가상화폐는 보통 한정 발행으로 희소성을 가지고 있어 주식이나 금처럼 가치가 급등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비트코인의 가격이 한때 2,500만원에 육박하는 등 가상화폐에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김치프리미엄’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리플’ 등 새로운 가상화폐들의 가격급등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금액은 2017년 초 월 3,000억 원 수준이었으나 11월에는 180배 이상 불어난 56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코스닥 월평균 거래금액의 80% 이상 되는 엄청난 거래규모이자 무서운 성장세이다. 이는 투기성향이 강한 개인투자자의 상당수가 주식보다 변동성이 훨씬 크고 24시간 매매가 가능한 가상화폐 시장으로 옮겨간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상화폐에 과열현상이 있다 보니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했고, 미국 월가 금융기관들도 투자를 금지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도 미성년자, 외국인 거래금지, 신규계좌 개설제한 등 연이은 규제대책을 내놓으며 최근에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다. 물론 가상화폐 자체는 새로운 미래기술로 투자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많은 사람들이 투자가 아닌 투기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는 데에 있다. 신기술에 대한 이해와 전망으로 투자하기보다 누가 얼마 벌었다는 등 단기간에 큰 수익을 볼 수 있다는 결과에만 현혹되어 투기하는 행태가 더 많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주식시장에서는 기관이나 외국인들에게 휘둘려 개인투자자는 결국 손해 볼 수 밖에 없다며 그런 영향을 받지 않는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다. 같은 대상이라도 투자를 하느냐, 투기를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사전적인 의미로 살펴볼 때 투자란 생산활동과 관련되는 자본재의 총량을 유지하거나 증가시키는 활동을 일컫는다. 이에 반해 투기는 생산활동과 관계없이 오직 이익추구만을 목적으로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등을 구입하는 행위이다. 두 가지 활동 모두 이익추구라는 점에서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는 부가가치 창출을 전제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고 의사결정을 위한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지만 투기는 부가가치가 없고 리스크 관리 대상도 없으며 추측성 정보와 막연한 기대심리에 의존한다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주식시장이든 가상화폐 시장이든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대상이 아닌 사람에 달려있는 문제이다. 투기성이 강해 보이는 현재의 가상화폐 시장은 투자자의 입장이라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대상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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