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한국산 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TDI)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미국과 중국을 잇는 거대 시장인 인도가 한국산 화학제품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면서 국내 화학업계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지난달 국내 기업들이 생산해 인도에 수출한 TDI에 대해 톤당 220~440달러에 달하는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한화케미칼(009830)이 톤당 220달러, 한국바스프와 OCI(010060)가 각각 310달러와 440달러의 관세를 부과받았다.
TDI는 폴리우레탄의 원료로 자동차 시트와 매트리스, 건축 단열재, 페인트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국내 화학업체 중 한국바스프가 연간 16만톤, 한화케미칼 15만톤, OCI 5만톤 수준으로 생산하고 있다. TDI의 최대 수요국은 중국이지만 12억명 인구의 인도는 미래 시장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국가로 꼽힌다.
한국 기업들과 함께 중국과 일본 생산업체들도 인도로부터 반덤핑관세를 부과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기업은 톤당 260달러, 일본은 톤당 150달러로 한국 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TDI는 최근 가격이 치솟으면서 국내 기업들에는 중요 생산품이 됐다”며 “하지만 인도 시장이 아직은 국내 TDI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어 영향이 크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학업계는 인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워낙 강해 수입규제 조치가 이번 한 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가소제로 쓰이는 디옥틸프탈레이트(DOP)가 다음 타깃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인도 정부는 이 제품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 관련 공청회를 지난달 개최한 데 이어 오는 3월쯤 관세 부과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최근 인도 정부가 중국 제품에 대해 반덤핑관세 부과를 급격히 늘리고 있는 것도 걱정할 만한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이 뜻하지 않는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 반덤핑총국(CBEC)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해 중국 제품에 42건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제품이 중국 제품과 함께 엮여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한국산 화학제품이 철강제품과 같이 각국 보호무역주의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 더욱 우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ESBR고무와 가소제인 DOTP(Dioctyl terephthalate)에 대한 반덤핑관세가 부과됐으며 실리콘 태양전지, 폴리에스터 합성 단섬유, 저융점 폴리에스터 단섬유, PET레진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 역시 메틸이소부틸케톤·스티렌·니트릴 고무 등에 대한 조사와 함께 이미 관세 부과가 결정된 아크릴 섬유에 대한 재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는 올해 대부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사 중인 제품은 올해 대부분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산 화학제품에 대한 견제가 심해진 만큼 관세 부과 결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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