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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한 정부, 뒤늦게 가격통제 한다지만...경영압박에 동네식당까지 줄줄이 값 올려

[시장 못 이기는 정부-최저임금 역풍]

햄버거·죽집 등 이미 들썩

'가격인상 도미노' 불보듯

정부 가격조사 내주 시작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에 주는 영향은 미미할 것입니다.”

지난해 말 ‘최저임금이 크게 올라서 물가도 많이 뛰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보인 반응이다. 구체적인 숫자도 제시했다. 내부분석 결과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16.4%) 가운데 예년 수준(7%)을 넘는 인상분인 9.4%가 물가에 끼치는 영향은 0.1%포인트 정도에 그친다는 것. 여기에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 사업이 시행되면 물가 인상은 더 억제될 것이라는 전망도 곁들였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다. 정부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설 정도로 역풍이 거세다.

실제 시장에서는 지난달부터 가격 인상 움직임이 봇물 터진 듯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서민들이 즐겨 먹는 외식 가격이 뛰고 있다. 롯데리아·KFC·모스버거·놀부부대찌개·신선설농탕·죽이야기 등 주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만 최근 가격이 오른 곳이 다섯 손가락을 넘는다. 지난 1일부터 주요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올린 죽이야기 관계자는 “가맹점들에서 인건비가 올라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요청이 왔다”며 “매장 여건상 직원을 줄이기는 어려워 부득이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동네 식당도 가격 인상 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점심 뷔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올 1월부터 가격을 종전 6,000원에서 7,000원으로 1,000원 올렸다. 지난해 11월 가게를 열면서 6,000원에 뷔페를 선보였으나 사업 초기 적자에다 최저임금마저 오르면서 두 달 만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서울 명동에서 냉면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도 조만간 6,500원인 육쌈냉면 가격을 500원 높일 예정이다. 이 식당의 매니저는 “다른 지점들도 아르바이트생 고용 규모를 줄일 수 없으면 메뉴 가격을 인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의 유명 외식 메뉴인 ‘왕갈비’를 파는 주요 식당들도 최근 미국산 소고기 메뉴를 중심으로 가격을 10~17%가량 올렸다. ‘가보정’의 경우 미국산 생갈비와 양념갈비 가격을 각각 4만원, 3만4,000원에서 10%, 17.6% 올린 4만4,000원, 4만원으로 정했다.



각종 소비재 가격도 출렁이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오는 15일부터 침대와 식탁류 가격을 3∼4% 올릴 예정이다. 색조화장품으로 유명한 바비브라운도 주요 품목인 립틴트 가격을 평균 5% 인상했다. 엑스트라 립틴트 베어핑크(EER901) 등의 가격이 4만원에서 4만2,000원으로 올랐다.

물론 가격 인상은 아직 일부 사례에 불과하고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얘기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서민이 민감한 영향을 받는 먹거리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는 점 △가격 인상은 ‘도미노 효과’가 커서 시장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 때문에 간과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물가 인상이 심상치 않자 정부도 칼을 뽑아 들었다. 최저임금 인상에 편승해 가격을 올리는 경우에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최근 시민단체인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외식 업계 특별물가조사를 의뢰했다. 가격을 올린 업체의 원가분석 등을 통해 특별히 인상요인이 없는 곳은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 식의 경고를 줄 방침이다. 가격 조사는 이르면 다음주에 시작한다. 하지만 정부의 감시 강화가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언정 ‘인건비 급증→물가 인상’이라는 흐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일자리안정자금이 물가 인상을 억제하리라는 정부의 예상도 시장을 모르는 얘기라는 지적이 많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일자리안정자금 사업은 한시적이지만 인건비 인상은 영구적”이라며 “업체 부담을 줄이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올해 이후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정부 지원만 믿고 가격이나 고용에 변화를 주지 않을 거라는 기대는 안이한 생각이란 지적이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월 190만원 미만 근로자만 지원한다는 기준도 너무 협소해 상당수 업체는 도움을 받고 싶어도 못 받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준호·서민준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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