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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 "컬렉터로 시작, 안목높은 갤러리스트 됐죠"

■ CEO&Story

"그림 소장 매력은 두어번 보는 것과 달라"

대구서 취미로 그림 끄적이다 모으는 재미에 흠뻑

서울 이어 홍콩까지..해외아트페어서 호평 잇따라

발굴 작품들 줄줄이 대박..한국 톱10 화랑에 꼽혀

"그림 파는것 넘어 우리 작가 해외에 더 많이 알릴것"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 /사진제공=리안갤러리




애정과 열정이 발전해 직업과 사업이 되는 경우를 가리켜 요즘은 ‘덕업일치’라 부른다. 일본어 ‘오타쿠’를 우리식으로 조어해 부르는 ‘덕후’에서 파생한 말로 취미가 일이 됐다는 뜻이다. 즐기며 일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요,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성과가 좋다면 금상첨화다. 미술품 컬렉터로 출발해 화랑주가 됐고 대구에서 시작한 갤러리는 서울 분점까지 성공적으로 안착해 해외 굵직한 아트페어에서 한국 톱10 갤러리로 소개되는 안혜령(59) 리안갤러리 대표가 그 같은 행운아다.

전통과 첨단 문화가 교차하는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쪽의 ‘서촌’ 지역. 갤러리는 물론 작은 공방과 책방·음식점들이 다닥다닥한 이 동네에 자리 잡은 리안갤러리는 지도상으로 큰길에서 골목 하나 더 들어간 위치라 찾기 어려울 듯하나 실제는 오히려 금방 눈에 띈다. 3층 건물 꼭대기에 서 있는 남자 전신입상 조각 때문이다. 영국 런던 근처의 소도시 게이츠헤드의 언덕에 비행기 날개를 펼친 사람 형상으로 높이 20m, 가로 54m에 달하는 208톤짜리 작품 ‘북방의 천사(Angel of the North)’로 유명한 조각가 앤터니 곰리의 작품이다. 갤러리 개관 당시 “벌거벗은 남자가 건물에서 뛰어내리려 한다”는 식의 민원이 있어 철거를 고심했던 이 작품이 이제 명물이 됐다. 곰리 자신의 몸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영국에서 첫선을 보였을 때도 주민들의 부정적 항의에 시달렸다. 어느덧 각박한 도시생활에 찌든 현대인의 묵묵한 벗이 됐지만 말이다.

안 대표를 만난 2층 전시장 겸 접견실에는 오스트리아 출신 조각가 겸 개념미술가인 프란츠 웨스트의 작품이 놓여 있다. 갤러리가 아닌 곳에서 봤더라면 ‘돌덩이’라 했을 법하지만 거칠고 투박한 형태에 인간 행위의 본질이 스며 있다.

“지난 2009년 20만달러(약 2억1,000만원)에 구입한 작품이 요즘은 80만달러(약 8억5,000만원)를 호가합니다. 흐뭇하죠. 일명 ‘땡땡이’ 그림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 페인팅도 그렇고요. 10년 전부터 팔아온 숱한 작품들이 그 가치를 인정받으니 값도 따라 오릅니다.”

그림 사는 재미로 시작한 ‘컬렉터’에서 작품 보는 안목이 탁월한 ‘갤러리스트’로 성공했음을 안 대표가 거래 성사시킨 작품들이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세계에서 가장 작품값이 비싼 생존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독일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유화도 그가 손꼽는 작품 중 하나다. 2007년 미국 작가 알렉스 카츠의 국내 첫 개인전을 연 곳이 바로 리안갤러리 대구 본점이었고 그 새 작품 가치는 3배 이상 뛰어 올랐다.

좋은 그림에 대한 안목이 탁월하다는 게 안 대표의 최고 강점이다. 이쾌대·이인성 등 한국 근대미술의 대표작가들을 두루 배출한 대구 태생의 그는 어려서부터 미술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미술에 대한 진한 애정이 인생과 사업의 기반이 됐다.

“중학교 때는 미술대회에 나가서 상도 곧잘 받아오고는 했지만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당시만 해도 ‘그림 그리면 밥 먹고 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집안의 반대에 부딪혔어요. 그렇게 붓을 놓았다가 결혼을 하면서 26세에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이젤과 화구를 들고 왔다 갔다 하는 저를 보고 남편이 ‘그만 그리고 일 년에 두세 점씩 작품을 사라, 내가 사 줄게’라고 하더군요. 그림 세 점 정도 그렸을 무렵인데 그 말을 계기로 그림을 사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좋은 그림을 사고 또 살수록 내가 그리고 싶은 열망이 사그라들었어요. 좋은 작가의 명작들을 접하며 나는 그림을 그려서는 안 되겠다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면서 더 좋은 작품을 모으고 또 모으고 싶더라고요.”

한의사인 남편의 후원으로 시작된 젊은 새댁의 첫 컬렉션은 1984년 당시 20만 원에 구입한 한운성(전 서울대 교수)의 판화였다. 그렇게 시작된 컬렉션이 점점 눈덩이처럼 발전했다. 보통은 여건상 집에 걸 그림이 꽉 찼다 싶으면 구입을 그만두고는 하는데 안 대표는 “화랑을 가지 말아야지. 그래야 안 사지”라고 생각해 꾹 참아봐도 채 2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또 새 그림을 집으로 갖고 오고는 했다. “한 점 사기가 어렵지 그림 한 점 사면 열 점, 스무 점 사고는 합니다. 감동도 깊지만 소장은 한두 번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죠. 작가와 같이 숨 쉬며 사는 듯해요.”

젊은 작가 작품으로 컬렉션을 시작한 안 대표는 김창열·박서보·이우환·정상화 등 중견 작가로 관심이 옮겨갔고 김환기의 작품도 장만했다. 미국의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과 로버트 인디애나 등 외국 작가로까지 시야가 넓어졌다. 안 대표는 컬렉터로서 ‘좋은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대구의 좋은 화랑들이 전시를 개최해 소개해준 덕”이라며 “중요 화랑 중 하나인 시공갤러리의 이태 대표가 작고한 후 2년이나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화랑이 사라질 지경이 돼 안타까운 마음에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남편의 성과 자신의 성을 각각 따 갤러리 이름을 지었다.

앤디 워홀로 2007년 개관전의 포문을 연 후 알렉스 카츠, 데이미언 허스트, 짐 다인, 데이비드 살리, 키키 스미스, 프랭크 스텔라 등의 개인전을 연달아 개최했다. “우선 갤러리가 눈에 띄어야 그 후에 우리 작가를 소개할 수 있다”는 안 대표의 전략이었다. 의도대로 리안갤러리는 단숨에 성장했다. 해외 미술전문 잡지 등은 서울인지, 대구인지를 따지지 않고 전시의 우수성을 기준으로 리안갤러리의 전시를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리안갤러리에서 열린 데이비드 살리 개인전 전경. /사진제공=리안갤러리


국내외 호평을 받으며 대구에서만 전시를 여는 게 아쉬워 서울 청담동에 쇼룸을 마련했다. 작은 전시장에 현재 대구에서 전시 중인 작품 딱 한 점만 선보이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요맘때쯤 경복궁 주변을 방문했다 우연히 본 눈 덮인 풍경에 매료돼 땅을 알아보게 됐다.

“처음 리안갤러리 개관식에서 제가 첫 인사로 ‘대구에서 제일 좋은 화랑을 만들고 5년 뒤 서울에 분점을 열고 그 10년 뒤 뉴욕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는데 뉴욕은 경쟁에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것 같아 포기한 상황이었지만 서울은 적극적으로 검토했어요. 올해로 서울 개관 4년째네요, 벌써.”

게다가 올해는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에 본전시 격인 갤러리(Galleries) 부스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갤러리는 리안을 포함해 국제·학고재·아라리오 등 6곳만 허락된 출품장이다. ‘인사이트 섹션’ 등을 포함해 한국 화랑은 총 11곳이 참여하기에 리안갤러리는 국내 톱10 화랑으로 공인됐다.

“아트페어를 단순히 그림을 파는 자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갤러리가 어떤 작가들을 소개하는지 그 정체성을 보여주는 자리며 거기서 해외 미술관과의 전시까지 연결되는 중요한 장입니다. 한자리에 세계 각국의 모든 미술계 인사들이 다 모이니 의미 있죠. 갤러리 신용도나 영향력·파급효과 면에서 의미 있죠.”

화랑을 운영하는 안 대표의 가장 큰 고민인 동시에 목표는 한국 작가를 외국에 알리는 일이다. 오는 3월 아트바젤 홍콩에는 한국 아방가르드의 거장 이건용을 비롯해 하태범·남춘모·박종규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미술 시장은 ‘단색화’로 경도된 경향이 있기에 올해 첫 전시로 야심 차게 ‘후기 단색화’전을 기획했다. 1874년 모네·드가·르누아르 등이 주축으로 인상주의를 선보인 후 1910년 열린 ‘마네와 후기 인상주의’전을 기점으로 세잔·고흐·고갱 등이 주목받았듯 의미심장한 전시다. 기존 70~80대 단색화 작가들의 제자 세대인 50~60대 작가들 11명을 엄선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림을 파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우리 작가를 해외에 알리는 일이더라고요. 외국 미술 관계자들은 주로 김환기급을 찾지만 단색화를 놓고 보더라도 좋은 작가들이 많거든요. 다행인 것은 한국작가들도 지난 10년간 꾸준히 그 가치가 올랐고 이제는 그 ‘다음’ 작가를 발굴하고 작품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후원해야할 때입니다. 이번 ‘후기 단색화’ 전시 도록은 국문뿐 아니라 영문 도록도 충실하게 제작해 해외 주요 미술기관에 배포할 계획입니다. 스케일로 승부하는 중국 현대미술가와 비교하면 밀도 높은 한국 미술가들의 작업은 분명 경쟁력이 있습니다. 우리 미술의 미래가 밝아요.”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She Is..

△1958년생 △1981~1983년 경남 마산 수학교사 △2002년 봉사단체 국제 존타클럽 회원 △2006년 리안갤러리 개관 △2007년 앤디 워홀, 알렉스 카츠 등 개인전 △2009년 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 △2012년~ 대구문화재단 이사 △2013년 리안갤러리 서울 개관 △2017년 대구화랑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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