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세계 최대의 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MSCI 코리아 ESG 리더스 지수’에 편입되지 못하면서 주가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지속가능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는 등 전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는 만큼 외국인 투자에 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다. ESG 부문에서 기준을 충족하고도 사회적 논쟁이라는 다소 주관적인 부문에서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은 결론이 나지 않았음에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8일 MSCI와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ESG는 최근 글로벌 펀드들이 중요도를 높이고 있는 부문인데다 국내에서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배당 확대와 경영 투명성 개선,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제외된 MSCI 코리아 ESG 리더스 지수는 ‘MSCI 코리아 지수’에 편입된 110개 종목 중 ESG 평가와 사회적 논쟁(controversy) 평가에서 각각 BB등급과 3점(10점 만점) 이상을 받은 63개 기업으로 구성됐다. 사회적 논쟁 평가는 환경, 고객, 인권 및 커뮤니티, 노동권 및 공급과정, 지배구조 등 5개 부문의 28개 항목에 대한 평가로 세분화된다. ESG 리더스 지수에는 SK하이닉스의 편입 비중이 11.33%로 가장 높았으며 KB금융(6.03%), 네이버(5.68%), 신한지주(5.23%), LG화학(4.85%), 현대모비스(4.72%)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MSCI 코리아 지수에서는 28.1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MSCI의 한 관계자는 “MSCI ESG 리더스 지수는 섹터별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한 섹터에서 시가총액 상위 50%의 종목들만 순차적으로 편입한다”며 “이 때문에 편입기준을 만족하더라도 섹터 내 다른 종목의 평가가 더 좋으면 지수에 편입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평가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사회적 논쟁 평가 부문에서 편입기준에 미달하며 지수에서 제외됐다. 자산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오랜 기간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 요인에 삼성전자의 기업 가치가 흔들리는 것을 불안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MSCI ESG 리더스 지수에서 삼성전자가 빠지며 외국인 자금 유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SCI 코리아 ESG 리더스 지수만을 기초지수로 하는 상품이 현재 없지만 ‘MSCI 이머징마켓 ESG 리더스 지수’나 ‘MSCI 아시아 ESG 리더스 지수’ 등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여타 관련 지수들이 MSCI 코리아 ESG 리더스 지수를 기초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4개 신흥국의 416개 종목으로 구성된 MSCI 이머징마켓 ESG 리더스 지수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머징마켓 ESG 지수에서 한국의 비중은 13.32%로 중국(23.74%)과 대만(14.6%)에 이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ESG 투자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지속가능 투자연합(GSIA)이 발표한 ‘2016 글로벌 지속가능 투자 리뷰’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8조2,760억달러였던 전 세계 ESG 운용 규모는 2016년 22조8,900억달러로 2년 만에 25%나 늘었다. MSCI ESG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 850억600만달러(지난해 3·4분기 기준) 가운데 지수를 그대로 따르는 패시브자금이 760억달러에 달한다. 한편 삼성전자가 MSCI 코리아 ESG 리더스 지수에서 제외되며 국내 자산운용사의 ESG 펀드 설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ESG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며 삼성전자가 제외된 ‘MSCI 코리아 리더스’가 아닌 ‘MSCI 코리아 ESG 유니버설’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는 ETF만 상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은 MSCI 코리아 ESG 리더스 지수와 MSCI 코리아 ESG 유니버설 지수를 각각 기초지수로 삼는 상품 2개를 내놓는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