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경쟁사들보다 미래차 관련 신기술을 더 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안전과 품질 면에서는 “이미 현대차(005380)가 앞서 있다”고 자부하면서 “신중하고 실속있게, 제대로 해보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18’ 전시관을 참관하는 도중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의 미래차 전략을 소개했다.
정 부회장은 “몇 년 후에 보면 완성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면서 “CD가 없어졌던 것처럼, 또 차가 생기고 말이 없어진 것과 같이 기술변화의 속도가 빠르다”고 현장의 체감을 전했다. 하지만 현대차 역시 늦지 않았고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동차는 결국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게 핵심 역할”이라면서 “자율주행차나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분야의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하지만 결국에는 보안과 안전·품질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안전과 품질 면에서는 우리에게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했다.
다만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정 부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몇년 후에 보면 CD가 없어지는 것처럼, 또 차가 생기자 말이 없어지는 속도로 완성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할 것 같다”면서 “먼저 하느냐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일하는 방식과 의사소통 구조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보다 더 ICT스러운 기업으로 만드는 게 과제”라고 설명했다. 연구개발 분야 역시 “그동안 짧은 역사에도 효율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했던 것은 최단노선으로 정답만 찾아온 방식 덕분이지만 한계점도 분명하다”며 “미국과 유럽 브랜드들처럼 연구원들이 자유로운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개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CES에는 전장부품 업체와 반도체·ICT 등 자동차 업계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글로벌 핵심 플레이어들이 대부분 참가했다. 이들과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 역시 최고경영자(CEO)인 정 부회장의 몫이다. 그는 “여러 기업과 미팅을 하고 전시장도 꼼꼼히 둘러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차량용 카메라 및 센서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가진 모빌아이·인텔 부스를 방문해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CEO와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CEO를 만났고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와도 미팅을 잡는 등 자율주행 분야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설명이다.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전략도 밝혔다. 정 부회장은 사드 충격의 영향이 컸던 중국 시장에 대해 “지난해 굉장히 심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오히려 좋은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되돌아보며 “상품 경쟁력이 더 커진 만큼 내년부터는 기회가 올 것으로 보고 판매목표를 90만대 이상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90만대는 지난 2016년 현대차의 중국 시장 판매량이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동남아 승용차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에 상용차 합작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은 “승용과 상용은 같이 가야 한다”면서 “들어가려면 이른 시일 내에 준비해야 하고 공장을 짓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차가 장악하고 있는 부분은 확실한 전략만 세우면 오히려 공략하기 쉽다”며 “시장점유율 25%는 바로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라스베이거스=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