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 손실로 내홍을 겪었던 한화투자증권(003530)이 부동산 금융에 집중하며 투자은행(IB)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의 특성을 고려해 정통 IB 업무보다는 틈새시장인 부동산과 구조화 금융 등에 집중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한화투자증권의 IB본부 영업수익은 690억원이었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4·4분기 영업수익까지 고려한다면 1,000억원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IB본부 확충, 시스템 등 전반적인 개선을 통해 ELS 운용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존의 부동산금융팀을 사업부로 격상해 인력을 보강했으며 국내외 재생에너지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팀을 꾸렸다. 지난해 1·4분기 ELS 운용이 안정화됨에 따라 트레이딩을 비롯한 전 사업 부문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IB 부문에 투자를 강화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주력했다. 실물 부동산 인수를 비롯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실적이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부동산 대체투자건을 상품화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자산관리(WM) 부문 간 시너지 효과도 꾀했다.
한화투자증권의 이러한 노력은 연이은 IB 딜로 이어졌다. 중구 시그니처타워의 금융자문을 시작해 독일 베를린 알리안츠 사옥 인수, 한국석유공사 유동화 관련 금융주관,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1조3,500억원 규모 금융주관, 벨기에 EU 빌딩 인수 등 연이어 딜을 따냈다. 한화투자증권은 송도 6·8공구 A1·R1블록 등 인천광역시가 보유한 미매각 토지에 대한 신탁 유동화를 통해 6,200억원의 토지를 매각했으며 이를 사업으로 연계시켜 대규모의 자금조달을 성사시켰다. 이를 시작으로 수천억원 규모의 PF 딜을 단독 주관하는 계약도 연이어 따냈다.
한화투자증권은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적절히 활용했다. 지난 2016년 옛 강남 르네상스호텔 재건축을 위한 1조3,500억원 규모의 PF 자금조달을 주선했던 한화증권은 한화생명·한화손해보험·한화저축은행 등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들을 대거 끌어들여 결국 마무리했다. 지난해 말에는 수원시가 조성하는 영흥공원 푸르지오 아파트 사업의 PF 자문 업무를 따내며 3,000억원의 사업자금을 한화증권이 총액 인수했다. 선순위 채권은 일부 한화 계열사가, 후순위채권은 한화증권 등이 직접 투자자로 나서기도 했다.
또한 한화증권은 딜별로 총액 인수를 통해 펀드로 출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판교 알파리움 타워동 오피스를 매입하며 5,3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 자문 업무를 진행하면서 이를 펀드로 만들어 한화생명과 한화투자증권 WM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공급했다. 이 외에도 에미레이트·에어아시아 등 항공기 금융주관, SK해운 등 주요 선사 파이낸싱 관련 금융주관 등도 연이어 수임했다.
업계 관계자는 “불안요소였던 ELS 운용 규모를 5,000억원 미만으로 줄임과 동시에 IB 부문의 투자를 늘리며 실적이 안정화됐다”며 “지난 상반기 이미 2016년 IB 부문 수익을 뛰어넘는 등 올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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