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자 정부가 이를 ‘투기세력’ 때문이라고 보고 국세청과 특별사법경찰 같은 ‘칼’을 꺼내 들었다. 자칫 집값 상승세가 강남을 뛰어넘어 서울 전체로 확산하는 통제 불능 상황이 오게 되면 보유세 인상 같은 정치적 부담이 큰 후속 대책을 추가로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당장은 시장이 잠잠해질 수 있더라도 수급에서 비롯한 강력한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단속 강화 방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강남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문을 걸어잠근 채 ‘집단 휴업’에 나섰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 현안 간담회를 열고 강남 등 서울 특정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부동산 과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일단 현재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서울 강남과 그 주변부 등 일부에서 나타나므로 전국적인 대책을 내놓을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전국 아파트 가격 주간 상승률이 지난해 12월 2~3주의 경우 0%, 마지막 주는 0.01%에 그쳤고 새해 첫 주에도 0.02%로 안정세를 보이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여기에 새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61만7,000가구로 지난 5년(2012~2016년)간 평균치(43만3,000가구)를 크게 웃도는 점도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에 이바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강남이다. 김 경제부총리는 “강남 등 특정 지역 재건축,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국지적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주택공급 물량이 증가하고 전월세 시장의 안정을 고려할 때 서울 특정 지역의 급등은 투기적 수요에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이날 내놓은 대책이 과열지역, 결국 강남 주변을 겨냥한 불법 행위 단속이다.
국세청은 다주택자의 미성년 자녀 등에 대한 변칙증여 등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행위에 대해 강도 높은 자금출처 조사를 해 탈루세금을 추징하고 조세포탈 시 검찰 고발조치 등에 나선다. 또 배우자나 자녀에게 부동산을 양도·증여할 때 전세보증금이나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부채를 포함해 물려주는 부담부 증여행위에 대해서도 세금 탈루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후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은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모든 과열지역을 대상으로 무기한, 최고수준 강도로 현장단속을 한다. 합동점검반에는 부동산 특별사법 경찰을 투입하고 별도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불법청약·전매·중개행위, 재건축사업 비리, 호가 부풀리기 등 주택시장 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단속과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과도한 금융회사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비율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또 LTV 규제로 부족한 자금을 신용대출로 우회하는 사례도 살핀다.
정부가 이날 엄포에 나선 것은 자칫 부동산 과열이 다른 지역까지 번지는 것을 우려해서다. 지난해 8·2부동산대책 등 강력 처방을 계속 내놓았는데도 집값 상승을 잡지 못하면 더 강력한 후속책을 펼쳐야 한다. 이와 관련해 김 부총리는 “앞으로 부동산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특정 지역 과열이 심화하거나 여타 지역으로 확산할 조짐이 보이는 경우 대출 규제 강화나 세제상 조치를 추가로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더 내놓을 카드는 결국 종합부동산세 같은 보유세 인상인데 증세에 대한 저항도 부담스러운데다 이마저 효과가 없으면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 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 역시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것이라는 반응이다. 단속을 강화하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수요가 살아있는 한 결국 값은 뛸 거라는 반응이다. 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비정상적인 거래는 하지 않은 지 오래”라며 “애꿎게 부동산 영업에 피해만 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지난해에도 정부가 단속했는데 시장 가격을 잡았는지 생각해보라”며 “투기가 아닌 수급이 가격을 올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진단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단속 강화 방침이 전해지자 중개업소들이 집단 휴업으로 맞대응하는 모습도 관측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 5단지 중앙상가에 밀집된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이날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이 지역 30여개의 업소 대부분이 문을 닫거나 사람은 있더라도 불은 꺼둔 채 주변 분위기만 살피고 있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 맨해튼에 집을 사는 사람이 모두 투기세력은 아니다”라며 “원인 분석이 잘못된 만큼 일정 시간이 흐르면 강남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각종 규제나 단속에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사람은 일부 있겠지만 자산가들은 더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끝까지 버티기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임진혁기자 이완기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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