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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부회장 "中·日이 무서운 건 기술력 아닌 국가차원의 미래차 지원"

中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100만대·日 충전소 900기 목표

中·日 추격전 거세져 우리도 정부차원 인프라구축 서둘러야

현대차 수소기술력 글로벌 톱...에너지 저장분야로 확대할 것

레벨4수준 자율주행기술 2021년까지 스마트시티 내 상용화







우리나라 제조업 중 비중이 가장 큰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다. 생산액은 물론 부가가치 창출과 근로자 수 등 모든 분야에서 10% 넘는 몫을 하고 있다.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2015년 기준)에 달하는 대표적인 효자 종목이다. 하지만 앞길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이 이미 패권을 장악했다. 자율주행과 전기차 등 업계의 패러다임 변화 속도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테슬라는 물론 인텔과 구글 등도 미래 모빌리티 패권을 장악하겠다며 으르렁대고 있다. 국민 열 명 중 한 명을 먹여 살리고 있는 국내 자동차 산업은 이대로 도태되는 걸까. 세계 5위의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자동차의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양웅철 부회장은 “다양한 영역의 기업들과 기술협력이 강화되더라도 완성차 시장 자체가 무너지기는 힘들다”고 단언했다. “특히 수소전기차를 중심으로 하는 친환경차 시장의 경우 한국 자동차 산업 입장에서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양 부회장의 판단. 30년 동안 자동차 연구개발에 매진해온 양 부회장으로부터 미래 모빌리티의 모습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홍준석 산업부장 jshong@sedaily.com

-글로벌 수소위원회 의장이다. 수소 사회가 왜 중요하고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하는가.

△수소위원회 연구원들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오는 2050년에는 세계 에너지 수요의 18%를 수소가 담당한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지금보다 6기가톤가량 감축할 수 있다. 수소연료가 사회의 주된 에너지원이 되는 흐름은 필연적이다. 당장 수년 내에 실제 생활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일반 주택을 예로 들어보자. 집 앞마당에 주차된 수소연료 전기차의 연료로 난방을 하고 불을 밝힐 수 있다. 수소차 여러 대가 있다면 일반 사무실도 연료공급을 할 수 있다. 수소는 산업의 중간재에서 값싸게 생산할 수 있다.

-친환경차만 놓고 보면 시장의 패권을 전기차가 잡을지 수소전기차가 잡을지 여전히 다른 전망이 나온다.

△미래 환경차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것은 사실이지만 공통된 의견은 화석연료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방법론적으로 순수 전기차냐, 아니면 수소전기차냐 하는 것인데 현대차(005380)뿐 아니라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은 기술적인 측면이나 에너지자원 측면에서 두 차종을 보완적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집이나 마트 등에서 충전이 가능한 순수 전기차는 소형차와 중·단거리용으로 적합하고 에너지 저장 자유도가 크고 충전시간이 짧은 수소전기차는 중장거리 및 상용 부문에 적합하다. 이런 이유로 당분간은 순수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공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궁극적인 친환경차는 수소전기차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리에게는 기회인 셈이다.

-수소전기차와 관련한 현대차의 경쟁력은 어느 수준인가.

△현대차그룹은 오랜 기간 동안 친환경차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해 순수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모든 종류의 친환경차를 독자기술로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은 이미 확보했다. 특히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한 것도 현대차다. 올해는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통해 지금까지 쌓아온 미래 자동차 기술을 집대성한다는 게 목표다. 수소전기차 개발을 통해 확보한 수소 기술을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에너지 스테이션을 꼽을 수 있다. 수소에너지와 관련한 전 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중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전기차는 물론 수소전기차 시장도 선점하겠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친환경차 분야에 강점을 나타낸 일본도 수소차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사실 기술력만 놓고 보면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이 정말 무서운 점은 국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2015년에 ‘신환경보호법’을 시행하면서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수소전기차 보급계획도 내놓았다. 2020년까지 5,000대의 수소전기차를 보급하고 2025년 5만대, 2030년에는 100만대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역시 국가 지원이 상당하다. 최근 수소충전소 100기를 설치했고 2030년까지 900기로 늘릴 계획이다. 수소전기차 생산은 80만대로 잡았다. 이와 비교하면 아직 우리나라의 인프라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환경부는 2030년까지 520곳의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현재가 문제다. 국내 수소충전소는 10기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일반 고객에게 완전 개방된 충전소는 3기뿐이다. 수소전기차 보급을 위해서는 차량 부문의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충전소 보급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조만간 출시할 차세대 수소전기차는 일반 고객들에게도 판매할 예정인데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친환경차와 더불어 자동차 업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분야는 자율주행이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의 개념을 ‘이동수단’에서 ‘삶의 허브’로 송두리째 바꿀 것이다. 자율주행차의 종착지는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의 창출과 차량 공유가 될 것으로 본다. 예를 들면 앞으로는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언제든지 각종 스마트기기로 차량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 내부는 더 이상 운전하는 공간이 아닌 휴식과 오락, 교육의 공간으로 변한다. 삶의 허브가 될 자율주행차는 공유경제를 통해 합리성을 중시하는 가치소비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



-테슬라는 이미 이 같은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완성차 업체들이 도태되는 것 아닌가.

△자동차를 구성하는 품목으로는 파워트레인에서부터 섀시와 보디, 전장 등 수많은 부품이 있다. 기존의 완성차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생산, 공급망, 시험 및 평가에 대한 종합적인 인프라를 고려한다면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산업영역이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되고 종합적인 인프라를 통해 차의 안정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이는 쉽게 붕괴 되기 힘들다. 최근 테슬라의 생산차질 이슈만 놓고 봐도 단순한 부품개발 이외에 완성차 업체들이 보유한 인프라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확인이 된다. 마찬가지로 다이슨과 같은 업체에서 내놓은 전기차는 해당 기업의 기술 홍보나 마케팅 수준 이상으로 완성차 업체의 입지에 영향을 줄 만한 내용은 아니다.

-인텔과 구글 같은 굴지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뿐 아니라 엔비디아·모빌아이 같은 곳들도 자율주행과 관련한 기술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자율주행 분야도 마찬가지다. 인텔과 엔비디아 같은 정보기술(IT) 업체가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현재 영상인식 기술에서는 일부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동차의 근본적인 요건인 안전을 고려한다면 제동 및 조향 등 제어 영역과 하드웨어를 포함한 일련의 제조 인프라는 IT 산업과는 분명 차별화되는 분야다. 이는 매우 복잡하고 수많은 시간과 투자, 검증을 필요로 한다. 물론 기존의 완성차 업체와 ICT 업체 간 공조를 통한 시너지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패권을 장악하는 식으로 산업구조가 전개되기는 힘들다.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언제 만나볼 수 있을까.

△현대차그룹은 ‘CES 2018’에서 미국의 자율주행 기술 전문기업인 오로라와 협업하기로 했다. 목표는 2021년까지 스마트시티 내에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이다. 다만 일반 고속도로에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데는 시일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차는 탑승자뿐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을 지향하는 기술이다. 안전에 대한 검증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올해 전략기술연구소가 출범했다. 미래 먹거리를 담당하고 있는데 어떤 분야를 주의 깊게 보고 있나.

△전략기술연구소에서는 수소 등 미래 에너지 기술과 로봇, 모빌리티를 아우르는 융복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장기간 로봇 기술에 대한 연구를 축적했고 착용로봇 기술은 어느 정도 상용화 수준까지 역량을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강점을 바탕으로 무인 자율주행 로봇택시 서비스 등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게 목표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약점으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협력업체들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업계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데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볼 때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뿌리를 탄탄하게 할 수 있을까.

△이 역시 현대차그룹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협력사와의 기술협력을 바탕으로 양적 성장을 이뤄왔고 품질도 확보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협력사들이 많이 어려워졌다. 중국 자동차 부품사들이 성장하면서다. 더 큰 문제는 자율주행과 전동화 등 자동차 기술환경의 변화다. 글로벌 대형 부품사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신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연구원이 직접 협력사의 개발현장을 찾아가 도움을 주는 활동을 시작했다. 협력사의 연구개발 경영층과 주기적으로 교류도 하고 있다. 협력사가 자발적으로 기술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정리=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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