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시민단체가 민사소송에 이어 형사고발에도 나선다. 기기 성능을 고의로 제한한 행위가 ‘재물손괴’에 해당하고, 이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사기죄’라는 주장이다. 이 단체는 또 아이폰을 판매한 이동통신 3사에도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1일 종로구 가든타워에서 ‘애플 아이폰 1차 집단 손해배상 소송제기 기자회견’을 열고 애플 본사 및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본지 1월 11일자 16면 참조
이번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 122명은 1인당 220만원(교체비용 120만원+위자료 100만원)의 손해배상 금액을 청구했다. 이는 아이폰 6S+기준으로 출고당시의 평균 가액 120만원에 정신적 피해 위자료 100만원을 더한 금액이다. 이들은 iO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속도나 기능을 저하한다는 것을 애플이 알고 있었음에도 알리지 않은 것은 민법상 채무불이행,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소비자기본법상 소비자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봤다. 정준호 변호사는 “애플이 업데이트로 인해 배터리 성능이 저하된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 자체로 채무불이행, 불법행위가 인정된다”며 ”국내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어서 고의로 신제품 판매 촉진을 위해 한 것인지는 부수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또 민사상 책임을 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달 중 형사고발 및 이통3사에 대한 법적 책임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문제가 되는 제품인 줄 알면서도 제품을 판매했다면 그 판매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한국에서 판매주체는 애플코리아 유한회사이지만, 국내 판매를 대리하는 건 이통3사이기 때문에 이들이 문제를 미리 인지하고도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는지 등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부분을 꼼꼼하게 따져볼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정부나 국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고 사무총장은 “정부는 애플의 범법행위에 침묵하지 말고 관련법에 따라 행정적 제재에 나서야 한다”며 “현행과 같이 행정권의 침묵과 복잡하고 어려운 소송절차로는 소비자의 권리를 실효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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