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발표로 촉발된 정책혼선으로 가상화폐 거래시장이 오히려 고삐가 풀려버렸다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거래소 폐쇄 얘기를 하고 있고 청와대와 다른 부서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상반된 메시지를 보내자 투자자들이 “일단 시간을 벌었다”는 판단에 따라 마음 놓고 규제영향을 안 받는, 검증도 되지 않은 거래소로 몰리면서 ‘한방’을 노리고 있어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화폐거래소 고팍스에서 지난 12일 오후11시33분 상장한 가상화폐 ‘시빅’이 다른 거래소의 시세인 1개당 1,000원대의 수백배인 180만원에 최초 거래가 체결됐다. 사겠다는 주문이 몰리자 시초 가격이 그만큼 뛰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 1만~5만원대로 급락하다 1시간여 후에는 정상 시세인 1,000원대로 내려앉았다. 고팍스를 통해 시빅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1시간 만에 원금의 대부분을 까먹어 버렸다. 신규 가상화폐가 상장될 때 사람들이 몰리면서 가격이 잠시 급등했다가 급락하는 일은 빈번하다. 그러나 시빅의 경우 최초 거래가가 너무 높게 체결되면서 가격이 이상 급등한 상황인데도 초보 투자자들이 다른 거래소의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매수하자 이상 과열 현상이 한 시간여 동안 지속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빅의 시초가인) 180만원은 당시 이더리움 1개당 가격으로 매수자가 가상화폐 종류를 착각하고 잘못 입력했거나 매도자가 혼선을 주려고 의도적으로 그 가격에 올린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거래소의 시세를 확인하지 않은 초보 매수자들이 높은 가격에 덥석덥석 구매하자 단타로 시세 차익을 거두려는 세력까지 합세하면서 과열이 지속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5일 오픈해 신규 회원을 계속 받았던 가상화폐거래소 코미드는 회원 수 급증으로 인한 업무 과중을 감당하지 못하고 12일 자정부터 무려 27시간 동안 서버 점검을 이유로 홈페이지를 아예 닫아버렸다. 이에 따라 정부의 거래소 폐쇄 발표로 가상화폐 가격 폭락을 겪은 투자자들은 완전히 손발이 묶이게 됐다. 더구나 코미드 점검 시간이 예고했던 것보다 더 늘어나면서 입출금 지연에 따른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실제 일부 투자자들은 코미드의 시스템 불안 우려에 국내 다른 거래소나 해외 거래소로 자산을 이전하는 엑소더스 현상도 감지됐다.
정부 정책 혼선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상화폐 투자에서 발을 빼는 양상도 벌어지고 있다. 실제 가상화폐거래소인 업비트의 최근 24시간 거래량은 5조5,000억원으로 12일 오후 8조5,000억원에서 3조원가량 감소했다. 정부가 거래소 폐쇄까지 언급하자 투자금이 묶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거액의 투자자들이 신규 투자를 머뭇거리거나 이미 자금을 뺀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정부의 대책 혼선에 투자자들의 불만도 계속되고 있다. ‘가상화폐규제반대’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와대 청원은 이날 오후4시 현재 동의자 수가 17만명에 달하며 이외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을 해임하라는 청원 동의자도 늘고 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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