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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 유전자가위 시장 공략 빨라진다

바이오,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

3세대 원천기술 보유하고도

규제 탓 상용화에는 뒤처져

'원칙허용'에 "늦었지만 다행"

치료제 개발도 탄력받을 듯





유전자가위는 고치고 싶은 유전자만 잘라 교정하는 첨단 바이오기술이다. 이를 이용하면 암·에이즈·각종 유전병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다. 영화 ‘옥자’에 나온 슈퍼 돼지 등도 만들 수 있어 ‘신의 도구’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앤마켓은 관련 시장 규모가 2014년 18억4,500만달러(약 2조원)에서 2019년 35억1,400만달러(약 3조7,000억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가장 발전된 유전자가위는 3세대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인데 우리나라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두 나라 중 하나다. 나머지는 미국이다.

하지만 유전자가위를 실제 치료에 적용하는 상용화엔 뒤처지고 있다. 규제 탓이다. 생명윤리법은 체내에 유전자가위를 집어넣는 경우 암·에이즈 등 질병에 대한 치료와 다른 치료법이 없는 경우에만 허용한다. 현실적으로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기 매우 어려워 사실상 길이 막혀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탓에 우리는 중국, 미국, 유럽 등이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치료 임상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유전자치료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기로 한 것을 두고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무조정실과 보건복지부는 유전자치료 규제를 ‘원칙적 허용-예외적 금지’라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련 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한 선언을 한층 발전시킨 것이다. 유전자 치료 규제가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뀌면 특별한 질병 제한 등 없이 유전자 치료 연구를 할 수 있게 된다. 4조원 규모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유전자가위 외에 유전물질이 도입된 세포를 인체로 전달하는 분야의 치료제 개발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시장의 큰 관심을 받는 신라젠·바이로메드 등이 이 분야에 매진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유전자 치료 규제 완화는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생명윤리심의위원회 승인이란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면서도 “이제는 기술 개발의 길을 터줘야 한다는 여론이 많아지고 있어 큰 문제 없이 규제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로 손꼽히던 장기이식 규제 역시 크게 개선된다. 장기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의료적 필요성만 소명하면 수술할 수 있게 허용한다. 정부는 사후에 적정성만 검증한다. 이른바 사전허용-사후검증 방식이다. 현재 장기 이식 등에 관한 법률은 이식 가능한 장기를 신장·간장·췌장·심장·폐·골수·안구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는 신장·간장·골수로 더 좁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체 폐 이식에 성공하고도 불법으로 처벌받을 위기에 몰렸는데 앞으로는 이런 걱정 없이 수술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국무조정실은 바이오 분야뿐 아니라 정보통신(ICT)융합, 무인이동체 등 산업 전반에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문화 분야에서도 뮤직비디오의 사전 등급 분류를 폐지하고 사후 검증 방식으로 바꾼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한 번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를 바꾸면 어떤 신기술이 들어와도 일단 시도할 수 있게 돼 혁신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유전자치료를 포함한 30여개 규제 혁파 방안을 이달 중순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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