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초반 1,060원이 지켜지는 걸 보면서 시장의 숏(달러 매도) 심리도 위축됐습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거죠.”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15일 글로벌 약달러 심화에도 원달러 환율의 낙폭이 비교적 작았던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주 1,060원선이 일시 붕괴하자 당국이 15억달러 가량으로 추정되는 고강도 실개입을 단행한 것을 빗대서다. 실제 미세조정 추정 물량은 없었음에도 당국이 1,060원 붕괴를 두고보지 않을 것이란 경계심이 팽팽한 상황에서 환율이 추가 하락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원10전 내린 1,062원70전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달러 약세가 거세지면서 환율이 1,050원대로 내려앉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1,060원대에서 ‘선방’ 마감한 셈이다.
실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061원에 하락 개장했다. 밤 사이 유로화가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장중 약달러 압력은 더 커졌다. 유로달러 환율은 2014년 12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1.22달러대까지 올랐고 위안화도 달러 대비 0.77% 강세를 보였다. 그 반작용으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3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에는 하락 요인이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한때 1,059원50원까지 밀리면서 1,060원대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원달러 환율은 곧바로 낙폭을 좁혀 1,060원을 회복, 1,062원선까지 올라섰다. 추가 하락이 막힌 데에는 당국의 미세조정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작용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당국이 1,060원 붕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심리적인 요인이 시장의 하락 베팅을 어렵게 했다”며 “연초 연기금과 기관 해외투자 자금집행 수요도 하단을 받치는 데 일조했다”고 전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도 “당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임을 보인 것 같지는 않지만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당국이 1,060원을 강하게 지지할 것이라는 생각이 아직 있다”며 “그 가운데 역내 달러 수요가 꽤 많이 출회돼 낙폭을 줄였다”고 말했다.
원엔 환율(하나은행 기준)은 전 거래일보다 2원21전 오른 959원3전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달러 약세에 엔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연초 950원선까지 위협받았던 원엔 환율도 960원 가까이 올랐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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