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면서 복합적이다. 주택이 위치한 지역이 도심이냐 농어촌 지역이냐에서부터 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 주택 형태나 평형 등 주택 규모에 따라서도 전혀 다른 원인과 확대 경로를 가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폐가(파손 50% 이상)와 오피스텔의 장기 미임대, 읍·면·동에서 5가구 이하의 빈집은 사유재산 보호 차원에서 공개되지 않고 있어 빈집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럼에도 서울을 생활 기반으로 하는 수도권 인근의 빈집 문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보다 앞서 ‘빈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과 상당한 유사성을 보이고 있는데다 앞으로 빈집이 경제 사회의 중대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최대 뇌관이 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전세 난민’ 겨냥한 난개발이 부른 ‘불 꺼진 빌라’=경기 광주 오포읍 신현리와 능평리에서 성남 분당의 중심인 롯데백화점까지는 불과 10㎞가 채 되지 않는다. 정상적인 교통사정이라면 1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다. 이 같은 지리적 인접성이 최근 3년 동안 이 지역의 다세대·다가구주택 등 빌라 난개발을 불렀다. 때마침 서울과 신도시 등에서 높은 전월세 가격 상승을 피해 나간 ‘전세 난민’들이 몰려들면서 이 같은 개발 붐을 부채질했다. 저금리로 자금조달이 손쉬워지면서 개발업자들과 분양업자들이 빌라 건축을 황금알을 낳는 투자 대안으로 생각하고 대거 몰려들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전세금으로 내 집 마련”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2년 6개월 동안 경기 지역에 신축된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은 약 18만6,600가구.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5만가구 정도였던 이 지역 빌라 공급물량은 50% 이상 늘어났다. 특히 이들 빌라가 집중적으로 공급된 지역은 경기 광주와 용인시, 남양주 등 이다.
이 지역의 개발 붐으로 주민 입주 규모는 교통·편의시설 등 사회기반시설이 감내할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우회 교통로가 없는 신현리의 경우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에다 빌라 단지 시작 지점인 국도와 지방도로가 이어지는 삼거리에서 병목현상을 보이면서 출퇴근 시간 이들 지역을 벗어나는 데만 30분 이상 걸리는 ‘교통지옥’을 만들었다. 종종 1시간이 넘게 걸린 적도 있다는 것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얘기다. 생활환경 또한 열악하다. 오포읍 신현리와 남양주시 화도읍 묵현리 등지는 학교·놀이터·경로당 등 기본적인 기반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열악한 생활환경 못지않게 이들을 대체할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면서 실수요자들의 빌라 외면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형편이 괜찮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들 지역에서 탈출하거나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다른 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신도시 추가 완공 등으로 수도권 전세시장이 본격적인 안정세로 접어들 경우 ‘한철 특수’를 노리고 지어졌던 이들 빌라가 ‘거대한 빈집’으로 남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중대형 아파트의 빈집 쇼크는 이미 시작됐다=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시장에서 중대형이 외면받는 현상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추세로 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나고 있는 중대형 외면 현상은 이후 부동산 시장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반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가격이 상당히 떨어졌고 건설사들도 중대형 아파트의 건설을 계속 줄여왔기 때문에 일부 반등이 있을 수 있으나 큰 흐름은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장 큰 근거는 소가구화다.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2인 가구 수(일반가구)는 1,029만가구로 5년 전(835만가구)과 비교해 22.16% 증가했다. 반면 3인 이상 가구 수는 같은 기간 0.87%(899만가구→891만가구) 감소하며 대조를 이뤘다. 장래가구 추계 자료에서도 1~2인 가구는 2035년 68.3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용인 성복의 대형 아파트단지는 이 같은 중대형 아파트 외면의 대표적 사례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건설된 50평대 이상의 아파트가 아직도 완판되지 못하고 있다. 인접한 분당 광교의 아파트 단지와 가깝지만 중대형 비중이 높아 구매자들의 매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들 단지의 분양사무소에서는 원분양가에 비해 1억원 이상 할인분양을 내세우며 구매자를 찾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준공 후 미분양을 악성 미분양으로 보는데 준공된 지 5년 이상 되고 미분양 상태의 아파트는 사실상 ‘빈집’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탐사기획팀=온종훈 선임기자 jh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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