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은 현실, 그 자체입니다. ‘대박창업’이라는 건 없습니다. 자영업자로 새 인생을 준비하는 은퇴자들이 이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신규 개인사업자에 대한 통계가 집계된 지난 2002년 이후 2015년까지 매년 100만명 안팎이 창업에 나서고 있다. 레드오션이라 불리는 자영업시장으로 매년 100만명의 신규 인력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개중에서는 ‘대박을 내겠다’며 창업 의지를 다지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포털 검색창에 ‘창업’이란 키워드를 넣으면 연관검색어로 ‘대박’이 뒤따르는 것은 그 반증이다.
서울 구의동 동네빵집에서 시작해 대표 부촌인 압구정동에 2호점을 낸 베이커리 마고의 강상혁(사진) 대표는 17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대박이 아닌 실리를 추구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자칭타칭 엘리트 출신 자영업자다. 글로벌 광고기획사인 사치앤사치에서 광고기획 업무를 하다 글로벌 향료업체인 지보단 한국지사장으로 글로벌 시장을 누볐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해외출장을 다녀야 할 정도로 바쁜 생활을 하던 강 대표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강 대표는 “자영업에 뛰어들었다면 큰 돈을 벌기보다는 이 업(業)이 생계를 위한 것이라 여기고 가정을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부양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맞다”며 “나 역시 동네빵집을 오픈하면서 주변의 시선도 의식하고 딸아이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민도 많이 했지만 그럼에도 실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한식 등 다양한 창업후보를 검토하다 빵집을 열게 된 것은 좋아하는 것을 해야 오래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현재 아내와 공동 운영하고 있는데 각자 좋아하는 분야로 역할을 명확하게 나눴다. 워낙 빵을 좋아하는 데다 디자인 공부를 한 아내가 제빵과 제품기획을 맡았고 가게 운영을 비롯한 나머지 소소한 부분을 강 대표가 책임진다. 창업 초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온라인 쿠키 판매를 먼저 시도해 고객의 반응을 살폈고, 거주하는 아파트 지하상가에 작은 빵집을 오픈한 게 마고의 시작이었다.
강 대표는 “음식은 먹어본 사람이 만드는 것도 잘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삼시세끼를 빵으로 해결할 정도로 좋아하는 아내가 있어서 자신 있게 창업할 수 있었다”며 “정통 파티시에가 아닌 탓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만들 수는 없었지만 가장 좋은 재료와 정성을 담은 정직한 빵은 만들 수는 있다”고 자신했다.
자영업을 외로운 직업이라고 정의한 강 대표는 이 외로운 일을 오랜 시간 하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창업아이템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대표는 “창업 초기 준비해야 할 것은 산더미처럼 많은데 누구 하나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었다”며 “지인도 없고 나이는 많고 이런 상황에서 결국 자기 자신을 믿고 갈 수밖에 없는데 예비자영업자들이 이 구간을 극복하기 위해선 즐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서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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