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대한 가계대출 총량제한 규제를 1년 만에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중은행의 대출 수요가 저축은행으로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대출 총량제를 도입했는데 저축은행의 대출영업이 어려워지고 중금리 대출마저 제한되면서 저신용자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대부업체로 몰리는 부작용이 생겨나서다.
18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중 저축은행 총량 규제를 통해 설정된 가계대출의 증가 상한선을 상향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총량 규제를 지난해 3월부터 도입해 정책금융을 제외한 가계대출 증가율이 상반기 5.1%, 하반기 5.4%를 넘지 않도록 제한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은 과거처럼 가계대출을 확대 취급할 수 없게 되면서 애로를 호소해왔다. 금융위의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중 저축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2조9,000억원으로 전년(4조1,000억원) 대비 1조원 넘게 감소했다. 심지어 지난달의 경우 2,000억원이 감소해 규제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저축은행이 가계대출 총량에 묶이자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자체 중금리 대출 상품도 팔기 어려워졌다. 중금리 대출은 신용등급이 4~7등급인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10~18%대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가계대출 총량에 묶여 대출을 해주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실제 SBI저축은행의 ‘사이다’는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중금리 대출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지만 하반기 들어 순위권에서 벗어났다.
문제는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이 축소되면서 저신용자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대부업으로 급속히 밀려나는 또 다른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총량 규제를 완화하는 등 중·저신용자를 겨냥한 중금리 대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달 중 연간 7조원 수준의 정책서민금융을 공급하는 등 취약계층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총량 규제를 완화해 저축은행의 자체 중금리 상품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총량 규제가 시행되면서 저축은행으로의 대출 쏠림세가 다소 해소됐다”며 “최근 가계대출 추이까지 지켜본 뒤 구체적인 상한선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 효과는 어느 정도 봤지만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어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총량 규제가 시행되면서 많은 업체들이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고 싶어도 하기가 어려웠다”면서 “올해 들어 더 어려워진 업계의 상황을 고려해 상한선을 정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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