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제임스 설터는 단편을 “첫 줄, 첫 문장, 첫 문단. 모든 게 우리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기억할 만해야 하고 어떤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책은 저자의 첫 번째 단편집으로 1989년 펜포크너상을 수상하기도 한 표제작 ‘아메리칸 급행열차’ 등 11편의 단편이 수록됐다. 각가의 작품은 설터 특유의 건조하고 조금은 가혹한 문장들로 사랑, 욕망, 다가오는 죽음에 속수무책인 순간들을 그렸다. 작가 스스로 수록 단편 중 가장 좋아하는 단편으로 꼽은 ‘아메리칸 급행열차’는 갑작스럽게 성공한 젊은 변호가 둘이 유럽 여행을 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이들의 뒤틀린 욕망과 젊은 날의 치기를 냉혹한 문장으로 묘사했다. 이 외에도 스러져가는 삶의 한가운데에 놓인 중년 부부의 심리를 정확하고도 쓸쓸하게 그린 ‘황혼’ 등도 눈길을 끈다. ‘탕헤르 해변에서’로 시작해 ‘20분’ ‘아메리칸 급행열차’ ‘이국의 해변’으로 이어지는 단편들은 제각기 다른 층위의 인간 군상을 다루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하나의 일관된 구성과 흐름으로 읽히기도 한다. 1만3,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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