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는 데 왜 이렇게 많은 비용이 들어야 할까?’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도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고 자란 소년의 머릿속을 채웠던 물음이었다. 유년시절부터 건축에 흥미가 있었던 그는 건축가가 되는 대신 3차원(3D) 프린터로 건물을 만들기로 했다. 창업한 지 일 년 만에 두바이 정부와 계약을 맺고 로봇이 만든 건물을 세우기로 한 카자(Cazza)의 창업자 크리스 켈시(21)의 이야기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의 한 카페에서 만난 켈시는 ‘하고 싶은 걸 간절히 좇아온 삶’이라고 자신의 인생을 정의했다.
어릴 때 처음 친구에게 코딩을 배운 뒤 둘이서 학교 컴퓨터실의 첫 웹사이트를 자신들이 만든 가짜 사이트로 바꿔놓은 장난이 시작이었다. 궁금한 것을 교실 밖에서 찾았던 그는 학교 공부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관련이 없다고 느꼈다. 그렇게 고등학교 졸업을 6개월 앞둔 지난 2013년 자퇴했다.
학교를 그만둔 바로 다음날 애플리케이션 맞춤 개발을 해준다는 광고를 냈다. 첫 계약의 수입 1만6,000달러(약 1,700만원)이 앱 개발 회사 앱스티튜트(Appstitute)의 시작이었다. 회사를 매각하면서 십대 백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그해인 2015년은 세계적으로 3D 프린팅 산업의 영역이 무한 확장되고 있던 시기였다. 그는 전 세계 사람들의 공통적인 관심사인 ‘집’에 기회가 있다고 봤다. 당시 중국 등 3D 건축 산업이 진행되는 곳을 찾아다녔다. “이 기술이 5년 안에 대중화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 기술의 가능성과 실제로 쓰임에는 큰 격차가 있었죠.”
카자가 개발 중인 3D 프린팅 크레인 ‘미니탱크(Minitank)’는 거대한 탱크의 팔이 콘크리트를 깎는 형태로 건축물을 짓는다. 하루에 200㎡의 콘크리트를 쌓고 1,000제곱피트(30평)의 집을 하루 안에 지을 수 있다. 철골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한 콘크리트 물질을 만들고 건설 현장이 인명피해 없이 안전한 곳이 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미국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시리아 등 중동의 위험지역에 카자의 제품으로 건물을 짓기로 했다.
“건축 로봇도 할 수 있는 일자리는 대체될 수도 있지만 기계가 아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건설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확신해요. 사람의 능력을 기르는 쪽으로 교육 시스템도 변화시키고 싶어요.” 켈시의 꿈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샌프란시스코=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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