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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무력감은 무능함보다 더 무섭다

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도 1월 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태도와 습관이 사람의 인생을 결정한다. 리더가 무력감에 빠진다면 얼른 헤쳐 나와야 한다. 자칫하면 ‘학습된 무력감’으로 번져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사람이 살다 보면 간혹 무력감에 빠질 수는 있지만 습관이 되면 위험하다. 특히 리더의 무력감은 매우 부정적 효과를 낸다.





힘겹지 않은 리더는 없다. 조직의 압박은 강해졌고 리더의 의욕은 약해졌다. 리더가 쉴 곳은 없다. 하루하루가 전쟁터고 지옥이다. 인내심은 이미 한계를 넘었고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도 이제는 내성이 생겨 익숙하다. 조직에 대한 불안감과 부하직원에 대한 섭섭함을 표현할 용기도 여유도 없다. 없는 것 투성이다. 무기력이 무기인양 그냥 버티고 있다.

조직은 리더의 무기력을 무능함으로 해석하지만 리더는 할 말이 많다. 미국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E. Seligman)은 이러한 현상을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정의했다. 학습된 무력감을 ‘반복된 외부의 부정적 자극에 순응하여 스스로 상황을 헤쳐 나갈 의욕을 잃은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오래 전에 발표된 이론이지만 최근 조직에서 리더들의 학습된 무력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든다. 학습된 무력감은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보다는 조직이 먼저 무례한 압박을 가하거나 의리 없이 약속을 습관적으로 어길 때, 혹은 더 높은 리더의 주인 행세로 인한 나쁜 리더십이 리더의 학습된 무력감을 초래한다. 오염된 무력감은 또 다시 그 아래 부하직원에게 전이되어 학습된 무력감을 다시 양산한다는 점에서 리더의 무력감이 무능함보다 더 무섭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가해자 없는 피해자는 없다.

리더의 학습된 무력감을 해소할 방법은 없는 걸까? 본인도 괴롭고 부하직원도 고통스러운 학습된 무력감의 원인이 조직에만 있는 걸까? 이미 저항도 해보고 침묵도 해봤다. 그리고 협박에 가까운 퇴사 의지를 보였지만 조직은 흔들림이 없다. 그게 조직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리더의 학습된 무력감이 위험한 이유 몇 가지를 생각해봤다.

첫째, ‘조직보다 본인이 먼저 망가진다.’ 학습된 무력감의 가해자는 분명 조직이다. 처음부터 무력감으로 조직생활을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남보다 잘해서 칭찬도 듣고 싶고 인정도 받고 싶은 것이 사람이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본인의 생각과 달리 억울한 일도 겪기도 하고 참기 힘든 모멸감과 분노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본인도 모르게 점차 영리한 판단을 먼저 하게 되고 경쟁자에 대한 적개심도 갖게 된다. 그러는 과정에서 정신은 복잡해지고 말은 줄어드는 반면에 어느 순간부터 할 일만 하게 된다. 학습된 무력감은 ‘가해자는 반성이 없고 피해자는 반응이 없다’는 점에서 무서운 습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학습된 무력감은 조직보다 본인을 먼저 망가뜨린다.

둘째, ‘부하직원의 앞길을 막는다.’ 무력감에 빠져 있는 리더는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까? 개인차는 있겠지만 분명 긍정적인 모습은 아닐 것이다. 학습된 무력감에 빠진 리더의 표정과 행동 그리고 말이 상쾌할 리 없다. 무력감 가득한 리더에게서 미래 자신의 모습을 잠시라도 훔쳐본다면 그 리더를 통해 조직을 해석하고 미래의 비전을 예측하지 않을까? 희망과 용기를 주어야 할 리더가 본인이 괴롭다고 부하직원까지 무력화시킨다면 자식을 버리는 부모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물론 사회에서 만난 부하직원의 인생까지 책임질 의무는 없다. 그러나 사회적 약속은 분명 존재한다. 조직이라는 틀 안에서 리더는 리더로서 책임과 역할이 있는 법이다. 리더가 학습된 무력감을 또 다시 공식적으로 학습시키거나 암묵적으로 오염시킨다면 본인을 무력하게 만든 조직보다 더 나쁜 가해자가 된다. 학습된 무력감은 불행한 유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미래를 준비하는 데 실패한다.’ 학습된 무력감은 조직을 위해 일하기를 거부하게 만들지만 리더 본인의 미래를 위한 일도 포기하게 만든다. 학습된 무력감의 가장 무서운 결과는 본인을 위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래는 본인의 몫이다. 조직이 개인의 미래까지 챙길 순 없다. 조직 탓만 하다가 정작 본인의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허비한다면 본인만 바보 된다. 조직은 사람을 대체하면 그만이지만 본인은 인생을 대체하기 힘들다. 그래서 학습된 무력감은 조직보다 본인에게 끼치는 나쁜 영향이 더 크다는 점에서 불행의 시작이고 끝이다.



그렇다면 학습된 무력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조직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버려라.’ 조직에는 생존의 목표가 있다. 사람보다 목표가 먼저다. 그게 조직이다. 본인은 혼자서 조직을 바라보지만 조직에는 사람이 많다. 누구 한 사람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조직이 나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고민하지 말고 조직에서 무엇을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들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얻을 것이 있어야 의욕도 생기는 법이다. 월급이라는 포장된 마약에만 만족하거나 승진이 얻어낼 최종 대가라고 믿는다면 조직이 제공하는 덫에 제대로 걸리게 된다. 조직에 대한 기대감만큼 실망이 크다면 그 기대감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조직에서 얻을 것이 무엇인가가 보인다.

둘째, ‘부하직원에게서 희망을 찾아라.’ 자식 덕을 보겠다는 부모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식을 생각하고 자식에 대한 책임감으로 현재의 힘겨움을 견디고 희망을 갖는 부모는 있다. 조직에서 부하에게 잘해줘서 덕을 보겠다는 리더는 없다. 그러나 조직이 주지 못하는 인정과 존경 그리고 보람을 부하직원으로부터 제공 받을 수 있다. 부하직원의 성장을 돕고 그들과 협력적 파트너십을 공유한다면 조직에서 얻지 못한 보람을 얻는 동시에 학습된 무력감을 어느 정도 보상받을 수 있다.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부하 직원이 곁에 있으면 힘겨운 리더에게 작은 희망이 될 수 있다.

셋째, ‘미래를 미리 후회하자.’ 조직은 목표달성 외에 우리에게 별 관심이 없다. 조직이 근본적으로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조직 구성원 모두를 살리기 위해 개개인을 챙기기 힘든 것이 조직이다. 조직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현재의 섭섭함만을 따진다면 본인만 손해를 본다. 인생은 선행학습이다. 현재를 단단하게 다져야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는 미래의 희망이고 미래는 현재의 결과다. 조직 탓만 하고 부실하게 현재의 시간을 낭비한다면 미래의 희망은 사라진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시간을 점검하고 챙겨야 한다.

이상과 같이 학습된 무력감이 위험한 이유와 해법에 대하여 생각해봤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현재 조직에서 리더들의 학습된 무력감에 대한 관심과 대안에 대한 솔직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제구 교수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교육컨설팅코칭학회 회장,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인력개발학회 상임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글_신제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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