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종합부동산세 인상안은 다주택자에게는 세금을 더 걷고 1주택자는 강남에 살더라도 종부세를 낮춰주겠다는 게 뼈대다. 지난 16일 추미애 대표의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집 한 채 가진 분들은 걱정 마시라”고 한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박 의원 법이 현실화하면 세금 부담은 어떻게 될까. 우선 16만여명에 달하는 종부세 납부 대상자 가운데 다주택자의 세부담은 크게 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박 의원의 법안대로라면 과세표준 구간 6억원 미만의 다주택자는 연평균 3만원, 12억원 이하는 264만원, 50억원 이하는 1,164만원의 세부담이 늘어난다. 이는 일종의 할인율 개념인 공정시장가액비율(현 80%)을 폐지하고 과표 구간별로 세율이 0.25%포인트~1%포인트까지 오르기 때문이다. 20억원대를 호가하는 도곡렉슬,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비롯해 강남의 주요 고가 아파트는 최소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 이상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정부가 더 거둬들이는 종부세는 1,610억원 수준이다. 여권 관계자는 “공시지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공시지가를 올릴 경우 건보료 등도 올라가는 문제가 있다”며 “공정시장가액 비율만 폐지해도 보유세에 대한 과세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설명했다.
반면 1주택자들은 부담이 줄어든다. 1주택자에 한해 적용되는 공제금액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공시지가가 12억원인 아파트를 한 채만 가지고 있다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5만6,000여명에 달하는 종부세 대상 1주택자 대다수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공시지가 15억원의 주택을 가진 A씨가 내는 종부세는 현행 기준으로 240만원이다. 15억원에서 공제금액 9억원을 빼고 80%의 공정시장가액을 곱한 뒤 0.5%의 세율을 곱한 결과다. 하지만 법이 개정된다면 12억원의 공제금액을 뺀 3억원의 세율 0.5%를 곱한 150만원으로 종부세가 줄어든다. 박 의원의 안은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하되 강남 1주택자는 대상에서 빼거나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노무현 정부의 ‘종부세 파동’을 재연하지 않으려고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단 공시지가가 24억원 이상인 경우 공제세액 증가 효과보다 공정시장가액 비율 폐지 효과가 커 세부담이 일부 늘어난다.
정부는 1주택자에 대한 혜택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체적으로 종부세 세율을 올리기는 하지만 강남 1주택 소유자의 경우 종부세 부과 기준이 9억원 이상에서 12억원 이상으로 높아지고 공제금액도 3억원에서 6억원으로 뛰는 탓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제금액이 늘어나게 되면 혜택을 보는 지역이 사실상 강남 4구 아니겠느냐”며 “현재 수준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청와대와 정부 안에 있는 강남 페널티에 대한 기류와 어긋난다. 공제금액을 대폭 확대하면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정책 방향과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거꾸로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박 의원의 안은 의원 개인이 발의한 것이지 정부 차원의 입법은 아니다”라며 “보유세는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의견 차이에도 종부세 개정안이 나오면서 보유세 인상에 대한 논의는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일단 당 차원의 발의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추 대표가 개정안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은 지난 8일 발족한 공정과세실현 태스크포스(TF)에서 부동산 관련 과세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상태다. TF 단장을 맡고 있는 윤호중 의원은 “당 차원에서 보유세 관련 안을 낼지에 대해서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일단 3월까지 1차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서는 결국 여당의 안과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논의가 맞물려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17일 “보유세 강화 방안과 발표 시기는 아직 확정된 바 없으며 추후 재정개혁특위를 구성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못 박았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과세당국은 모든 보유세 개정안을 특위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특위에서 내린 결정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여당과 정부의 논의와 별도로 야당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는 과도한 규제와 세금폭탄으로 국민을 괴롭힐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 다주택자로 남아 있는 정부부처 장관들이 주택을 처분하는 모습으로 국민께 솔선수범을 보이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세율 인상이나 과표 신설 같은 보유세 개정안이 시행되려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난항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세종=박형윤기자 권경원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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