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몰린 편의점업계가 무리한 출점으로 곳곳에서 점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 각종 악재까지 겹치자 본사와 점주 간 힘겨루기가 점점 심해지는 분위기다.
경북 경산에서 세븐일레븐 영대원룸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최근 5m짜리 골목을 사이에 둔 맞은편에 GS25가 점포를 열기로 하면서 잠을 못 이루고 있다. GS25측이 항의하는 A씨에게 해당 점포를 인수하라는 황당한 제안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7월 A씨 점포 맞은편에 있던 중소형 슈퍼인 ‘BS마트’ 자리를 GS25가 권리금 9,000만 원에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가뜩이나 어려운 판국에 경쟁 점포와 매출까지 나누게 된 A씨는 GS25 측에 즉각 항의 의사를 표시했다. 출점에 잡음이 예상되자 GS25는 오픈을 잠시 미룬 뒤 전략을 바꿔 A씨에게 권리금 9,000만 원에 해당 점포까지 인수하라고 제안했다.
권리금 액수가 해당 지역 평균보다 2배나 높은 데다 당장 현금 여력이 없는 A씨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었다. 게다가 이미 세븐일레븐과 계약한 상황에서 경쟁사 점포까지 차명으로 운영하는 것은 편법이나 마찬가지였다.
낮춘 권리금으로 A씨와 협상하던 GS25는 결국 A씨가 제안을 받지 않을 경우 이달 안에 다른 점주를 찾아 바로 오픈 준비에 들어가겠다고 언질한 상태다. A씨는 “GS25가 바로 앞에 문을 열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GS25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미 편의점과 경쟁 관계인 슈퍼가 있던 자리라서 출점을 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미 점포를 인수한 상황에서 6개월째 영업 없이 임대료만 내고 있는 상황이라 A씨에게 점포를 인수하는 방안을 중재안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경북 경산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본사의 무리한 출점에 반발하는 점주는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앞에서 발생한 ‘한 지붕 두 편의점’ 논란은 그 대표 사례로 꼽힌다. 고층 상가 건물에 GS25가 이미 있는 상황에서 당시에는 거꾸로 세븐일레븐이 비집고 들어왔다가 논란을 일으켰다. 세븐일레븐의 해당 점포는 결국 이달 16일 폐점했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상생 방안과 기준을 마련하는 것 외에 방도가 없다”며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출점 수가 확 꺾인 상태에서 무리한 출점이 앞으로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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