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최병윤 이비인후과 교수팀은 청각신경병증 진단을 받은 환자 106명의 유전자에 대한 대용량 염기서열분석(NGS) 등을 통해 이런 연구결과를 도출, 저명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연구결과 청신경병증으로 진단받은 환자 3명 중 2명은 ATP1A3 유전자가 변이된 것으로 확인됐고 1명은 원인미상이었다. ATP1A3 유전자가 변이된 환자는 인공와우이식술 3개월째부터 짧은 문장 대화를 80~90%, 단어는 60~70% 알아듣는 등 매우 우수한 결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추척관찰을 한 수술 후 6개월까지 결과도 매우 좋았다.
최 교수는 “ATP1A3 유전자 변이는 뇌에 가까운 청신경이 아니라 달팽이관내 청각 신경세포 말단(감각털이 있는 유모세포~청각 연접부위)에서 주로 발현돼 소리가 난다는 것 자체는 알기 때문에 인공와우를 이식하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이 때문에 2,000만원가량으로 비싼 인공와우이식술에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인공와우이식술은 비용부담이 큰데 수술결과 예측이 어려워 의사도, 환자도 수술을 주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청각신경병증은 소리가 귀를 거쳐 뇌로 보내지는 과정 중 한 부분(청신경, 유모세포, 신경원세포 등)에 문제가 생겨 난청이 발생, 말소리 인지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질환으로 정의돼 왔다. 원인은 저산소증, 감염, 핵황달, 세포독성 약물 사용, 유전적 소인 등 다양하다.
인공와우이식술에 대해서도 달팽이관의 질환으로 양측 귀에 고도의 감각신경성 난청이 발생한 환자가 보청기를 착용해도 청력에 도움이 안 될 때 인공와우를 달팽이관에 이식하는 수술로 규정하고 있다. 인공와우는 달팽이관 안에 남아 있는 나선신경절세포나 말초 청신경을 직접 전기적으로 자극해 대뇌 청각중추에서 소리를 인지하도록 한다.
최 교수는 “그동안 유모세포가 살아있는데 청력검사 결과 소리 전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청신경에 문제가 없어도 청신경병증으로 진단해왔다”며 “이번 연구결과에서도 3명 2명이 그런 부류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청신경에 문제가 있는 난청환자는 인공와우를 이식해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유모세포~청각 연접부위에 문제가 생겨 난청이 발생한 경우라면 청신경병증 대신 ‘청각 연접부위 병증’으로 진단하는 게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ATP1A3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그 동안 △소뇌 위축으로 평행유지 기능이 떨어져 걸음걸이 등이 어지럽고 비틀거리며 잘 넘어지는 소뇌실조 △무반사 △발바닥의 움푹 파인 부분의 아치가 높아진 변형(요족) △시신경병증 △감각신경성 난청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CAPOS 증후군’의 원인으로 알려져 왔다.
최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CAPOS 증후군에서 나타나는 난청이 청각신경병증의 특수한 형태라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ATP1A3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된 환자 2명 중 1명은 CAPOS 증후군에 해당하는 증상과 징후를 보였고, 다른 1명은 난청이 거의 유일한 증상이었다.
최 교수는 “ATP1A3 유전자가 변이된 유전성·진행성 청각신경병증(청각 연접부위 병증) 환자들에게 인공와우이식술이 좋은 효과를 낸다는 연구결과가 나옴에 따라 그동안 수술 결정이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맞춤 치료를 하는 데 큰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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