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보여준 신흥국 채권시장은 올해도 견조한 상승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제적·지정학적 위험이 불거지면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선별적인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2017년 신흥국 채권시장은 다소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미국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여파로 신흥국에서 투자자금이 유출되고 신흥국 국채 가격과 기업 재무상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끝까지 버틴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성과를 안겨줬다. 지난해 11월 신흥국 국채와 회사채의 주요 지수들은 7.5~13%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달러표시채권과 현지통화표시채권 모두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신흥국 채권시장의 반등은 글로벌 경제의 견조한 성장 덕분이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들은 10여년의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 성장 견인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러한 선진국 경제의 강한 회복세는 다른 세계 지역의 경제활동을 신장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준다. 현재 신흥 시장의 펀더멘털은 견고하며 전반적인 밸류에이션도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올해 신흥국 채권 투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지정학적인 위험이 커지고 있는데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공격적인 긴축적 통화정책을 내놓는다면 시장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또한 점차 회복되고 있는 중국의 경제성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신흥국들은 미국 금리 인상 등의 녹록지 않은 대외여건 속에서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경상수지적자를 개선하며 국가 재정상 책임 있는 경제정책을 표방하는 중도파를 포용하면서 어려움을 잘 극복해왔다. 그러나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미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진다면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과 달러 강세를 가속시키고 신흥국 통화와 채권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다.
정치적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멕시코·브라질 등 몇몇 국가들은 정치권에 큰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선거를 앞두고 있다. 다행히 정치적 위험은 해당 국가에만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여러 신흥국 채권에 분산해 투자한다면 단일 국가가 지닌 위험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
신흥국 채권에 대한 자산배분은 각 투자자의 성향, 가용위험 수준, 목표수익률, 투자제약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멀티섹터 전략에 기반해 국가, 신용 및 통화별로 분산 투자함으로써 신흥국 채권시장에서 다양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또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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