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기업이 공정거래 관련 법을 위반하면 법인과 임원뿐 아니라 법 위반행위에 참여한 실무자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재벌들이 법 위반행위를 하면 다 고발하겠다”며 처벌 강화를 예고한 데 따른 조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 위반행위의 고발에 관한 지침’ 개정안을 22일 행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공정위의 개인 고발 여부를 정량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개인 고발점수 세부평가기준표’를 새로 마련했다. 지금까지 공정위는 법인에 대해서는 법 위반 점수를 산정해 기준치를 넘으면 원칙적으로 고발토록 한 것과 달리 개인 고발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준을 두지 않았다. 개인의 직위, 법 위반행위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공정위가 주관적으로 판단하도록 했을 뿐이다. 이에 공정위의 개인 고발 기준이 불명확한데다 실무자 고발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표이사나 임원도 애매한 규정을 이용해 형사 고발을 피할 수 있다는 비판도 컸다. ‘봐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은 배경이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공정위는 개인에 대해서도 고발점수 세부평가 기준표를 마련하고 ‘개인의 직위’는 고려요소에서 삭제했다. 세부평가기준으로 △의사결정 주도 여부 △위법성 인식 정도 △실행의 적극성 및 가담 정도 △위반행위 가담 기간 등 4개 항목을 각각 상(3점)·중(2점)·하(1점)로 평가해 총 2.2점 이상을 받으면 원칙적으로 고발 대상이 되도록 했다. 또 위반행위 가담 기간을 제외한 3개 항목 중 하나라도 ‘상’을 받으면 바로 고발 대상이 된다.
공정위는 개인 고발을 강화해 법위반행위 억지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호태 공정위 심팔총괄담당관은 “실무자도 원칙적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라며 “대표나 상사가 주도한 위법 행위의 경우 실무자가 이를 증명하지 않으면 본인이 고발을 당할 수 있으므로 확실하게 진술을 유도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인 뒤에 숨어 처벌을 피했던 기업인의 자정 노력을 독려하고 실무자도 상부의 부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실무자 처벌 강화와 자연인 고발 확대는 앞서 김상조 위원장이 불공정행위 차단을 위해 강조한 방침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법 위반 행위를 실무자들이 결정하고 실행했다는 증거가 많았는데도 이들에 대한 고발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법 위반 방지 효과가 미흡했다”며 ”행위를 한 사람이 페널티를 받아야 재발 방지 유인이 생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인(사업자) 고발점수는 과징금 고시 기준과 일원화했다. 고발지침에서 사업자 세부평가 기준표는 삭제하고 과징금 고시 기준표에 따라 법위반 점수가 1.8점 이상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고발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고발 예외 사유도 대폭 줄였다.
이번 개정안은 다음 달 21일까지 행정예고 된다. 공정위는 예고 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해 검토한 뒤 전원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시행할 계획이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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