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국내외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은 모두 50종이다. 연도별 평균치로 보면 예년보다 전체 품목이 늘어났지만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제품이 사실상 전무해 국내 제약사들이 일제히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올해 특허가 완전히 만료되는 오리지널 의약품 중 가장 시장 규모가 큰 제품은 길리어드의 B형 간염 치료제 ‘비리어드’다. 비리어드는 지난 2016년 1,54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수년째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국내 1위 전문의약품이다. 올해 11월 조성물특허가 만료되지만 지난해 11월 물질특허가 끝나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 출시에 돌입했다. 사실상 지난해 특허가 만료됐다는 의미다.
이미 지난해 말 동아에스티가 ‘비리얼’을 선보였고 대웅제약은 약 크기를 3분의 1로 줄인 ‘비리헤파’로 맞불을 놨다. 종근당(테노포벨), 한미약품(테포비어), 휴온스(테카비어,휴리어드), 한독(테노퀼) 등이 조성물(염)을 변경한 제네릭 출시에 가세했다. 여기에 길리어드는 비리어드의 효능을 개선한 개량신약인 ‘베믈리디’까지 출시하고 국내 제약사의 제네릭 견제에 돌입했다.
비리어드 다음으로 시장이 큰 제품은 로슈의 항암제 ‘아바스틴’이다. 아바스틴은 전 세계 의약품 매출 7위이자 국내에서만 지난해 8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이오의약품이다. 하지만 올해 특허가 만료되더라도 아바스틴의 독주 체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진입 장벽이 높은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상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임상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어서다.
오는 4월에는 노바티스의 망막질환 치료제 ‘루센티스’의 물질특허가 만료된다. 매년 2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제품이지만 특허가 풀리더라도 국내 제약사의 시장 진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루센티스와 효능이 엇비슷한 제품이 수십종에 달하는 상황이어서 새로 복제약 개발에 뛰어들 만큼 시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줄어들면서 국내 제약사의 실적에도 차질이 뒤따를 전망이다. 국내 제약사는 통상 신약 개발과 복제약 출시를 양대 축으로 삼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해왔지만 올해는 출시를 앞둔 신약도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로슈의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의 특허가 풀리면서 국내 42개 제약사가 123종의 복제약을 쏟아내며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허가 풀리는 오리지널 의약품이 줄어들면서 올해는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을 도입하기 위한 주도권 경쟁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라며 “다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특허가 만료되는 대형 오리지널 의약품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다시 복제약 출시가 활발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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