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세계에는 ‘가치투자’라고 일컬어지는 흐름이 있다. 가치투자는 기업에 내재된 가치를 가장 중요한 투자 잣대로 삼는 투자 방식을 뜻한다. 가치투자의 창시자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 세계 최고의 투자자 워런 버핏 등이 가치투자의 대가로 꼽힌다.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도 가치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 1세대 가치투자자 중 한 명인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그중에서도 맏형 격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특유의 가치투자 신념을 바탕으로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작지만 강한 펀드 운용사 반열에 올려놓았다.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오랫동안 고객과 함께할 ‘100년 펀드’를 꿈꾸는 강방천 회장을 만나 투자 철학과 전략, 2018년 증시 전망 등을 들어봤다.
강방천 회장은 대학 졸업 후 증권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면서 주식과 운명적인 인연을 맺었다. 그는 증권사 펀드매니저 시절 특유의 안목으로 높은 운용 성과를 내면서 주식투자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세웠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투자 세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직장을 떠났다. 외환위기 무렵 종자돈 1억원을 1년 10개월 만에 156억원으로 불리면서 투자의 귀재로 이름을 떨친 그는 1999년 마침내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을 설립했고, 2008년에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으로 업종을 전환하면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강 회장은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출범시키면서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펀드 판매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펀드를 판매하는 방식을 도입해 세간에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그는 또 고객이 믿고 가입한 펀드를 책임지고 운용하기 위해 소수 펀드 운용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유행이나 테마를 따라 펀드를 남발하는 세태와는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강 회장이 자신의 가치투자 철학을 깊이 뿌리내린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2018년 어느덧 출범 10주년을 맞이한다.
강 회장이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며 소회를 말한다. “저는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물려줄 수 있는 ‘100년 펀드’를 만드는 것을 사명으로 여깁니다. 그냥 있다가 사라지는 펀드가 얼마나 많습니까. 하지만 제 영혼이 투영되지 않는 펀드는 아예 만들지 않는 게 저의 원칙입니다. 지난 10년간 ‘100년 펀드’의 꿈을 일궈내기 위해 걸어왔고, 앞으로도 온 힘을 여기에 쏟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출범 첫해 ‘에셋플러스 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 ‘에셋플러스 차이나리치투게더 펀드’, ‘에셋플러스 글로벌리치투게더 펀드’ 등 3가지 펀드를 시장에 선보였다. 각각 한국 시장, 중국시장, 글로벌 시장의 가치주에 투자하는 이 3개의 펀드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주력 상품으로서 지금껏 명성을 날리고 있다.
2008년 설정일 이후 10년간 누적 수익률은 각각 163.09%, 109.42%, 186.83%로서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의 유사 펀드 대비 가장 높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주식형 펀드 인기가 다소 시들했던 지난 5년으로 운용 기간을 한정해도 이 3개의 펀드는 최상위권의 성과를 기록했다.
‘리치투게더 펀드’ 장기 수익률 업계 최고
금융지주회사나 대기업집단 계열의 쟁쟁한 대형 자산운용사들을 제치고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국내펀드 시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뽐내며 일가(一家)를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강방천 회장의 확고부동한 가치투자 철학이 비결이다. 그는 “모름지기 가치투자자라면 ‘가격은 가치에서 만들어지고, 가치만이 가격을 잉태한다’는 믿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른바 가치투자자들은 자신의 관점과 철학에 따라 중시하는 기업의 가치가 다르다. 강 회장의 경우는 ▲미래 가치 ▲수익 가치 ▲정성적(定性的) 가치 ▲비즈니스모델적 가치 ▲상식의 가치 등을 기업 가치 평가의 잣대로 삼는다. 이 모든 것을 판독해내는 안목은 깊은 통찰에서 비롯된다.
그는 자신의 가치투자 철학을 일관되게 종목 선택과 펀드 운용에 관철시켜왔다. 시장의 흐름이나 유행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의 투자 원칙을 지킨 것이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3개 주력 펀드가 한결같이 뛰어난 장기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강 회장은 “리치투게더 펀드는 모두 장기 수익률이 좋게 나오고 있는데, 그건 우리 회사의 본질적 운용 철학이 항상 녹아 있기 때문”이라며 “펀드의 품질은 단기 수익률이 아닌 장기 수익률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운용 철학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한다. “주식을 사는 행위는 기업을 사는 행위입니다. 마땅히 어떤 기업과 함께할까 하는 고민을 해야겠죠.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3가지 운용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비즈니스모델이 좋은 기업을 선택한다. 둘째, 이왕이면 소비자가 시장에서 인정한 일등기업과 함께한다. 셋째, 앞의 두 조건을 갖췄으면서 동시에 미래 기업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업이어야 한다. 우리 회사는 첫째와 둘째 조건을 충족해도 셋째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의 주식은 사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통찰을 중시하고 미래 가치를 높게 보는 겁니다. 이 3가지 원칙이 녹아있는 게 바로 리치투게더 펀드죠. 특정 운용사가 운용하는 모든 펀드의 장기 수익률이 다 좋게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역사적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강 회장의 관점에서 비즈니스모델이 좋은 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그는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이해 없이 재무제표의 숫자를 들여다보는 것은 별 의미 없는 행위라고 강조한다. 즉,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해야 재무제표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주가는 기업의 이익을 먹고 산다”고 말한다. 주가는 오롯이 기업의 이익을 반영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떤 두 기업의 이익 규모가 같더라도 주가는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 ‘이익의 질(質)’이 다르기 때문이다. 강 회장이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적 가치를 평가할 때 판단 근거로 삼는 이익의 질은 4가지다. ▲이익의 지속성 ▲이익의 예측 가능성 ▲이익의 변동성 ▲이익의 확장 가능성이 그것이다. 이 4가지 이익의 질에 따라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도 달라진다는 게 강 회장의 주장이다.
강 회장은 PER의 일반적인 정의와는 별개로 좀 더 심층적으로 PER를 해석한다. 이를테면 ‘강방천식 PER 정의’인데,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PER는 ‘주주 이익(기업의 이익에서 최종적으로 주주가 갖는 몫)에 부여하는 프리미엄률’이라는 견해다. 가령 A와 B라는 기업이 둘 다 100억원의 이익을 내는데, 시가총액은 각각 2,000억원과 500억원이라고 하자. 그러면 A와 B의 PER는 각각 20과 5인 셈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바로 이익의 질 때문이다. A는 이익의 질이 좋고, B는 이익의 질이 좋지 못하다는 뜻이다.
그런 까닭에 강 회장은 “투자자라면 PER를 능동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 이익의 질을 놓친 채 단지 주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주식을 안 사고, 주가가 싸다는 이유로 주식을 사는 우(愚)를 범하게 된다는 것이다.
강방천식 PER의 두 번째 정의는 ‘투자 원금을 수익으로 회수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햇수)’의 개념을 담고 있다. C라는 기업의 시가총액이 100조원이고, 연간 이익은 1조원이라고 하자. 또 이 기업을 100조 원에 사들였다고 치자. 그러면 투자 원금 100조원을 회수하는 데는 무려 100년이 걸리는 셈이다. 반면 D라는 기업은 시가총액이 100조원이고, 연간 이익도 100조원이라고 하자. 이 기업을 시가총액에 사들이면 단 1년 만에 투자 원금을 몽땅 회수할 수 있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저(低)PER주’를 선호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강 회장은 “PER를 좀 더 진보적으로 해석하자면 내가 투자한 돈을 몇 년 만에 회수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PER’에 대한 독특하고 심층적인 정의
강 회장은 ‘좋은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기업, 일등기업, 미래 기업환경에 적응 가능한 기업’의 3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은 필요조건, 세 번째 조건은 충분조건에 해당한다. 즉, 강 회장이 투자를 결정하는 최종 잣대가 바로 세 번째 조건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강 회장은 미래 기업환경을 중시한다. 그가 고려하는 미래 기업환경은 가까이는 5년에서 멀리는 10년, 20년을 지배하는 ‘빅 트렌드’를 바탕으로 한다.
강 회장이 미래 기업환경 중에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3가지다.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 ▲인구 구조 변화 ▲새로운 부자들의 등장이 그것이다. 우선 스마트폰 등장 이후 형성된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비즈니스 생태계를 주도하는 기업들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세계적인 고령화에 따라 증가하는 노인 인구와 중국, 인도, 중동, 러시아 지역의 신흥 부유층과 중산층이 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등장하면서 미래 시장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의 무게감이 가장 크다. 강 회장은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를 새로운 생산요소로 정의한다. 전통적인 생산요소인 토지, 노동, 자본에 이은 네 번째 생산요소라는 것이다.
그가 말한다.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는 하나의 혁명이자 새로운 생산요소입니다. 그런데 기존 생산요소와는 달리 이동적, 개방적인 속성을 가졌기 때문에 사업영역이 무한대로 열려요. 아마존이나 구글을 보세요. 저는 네 번째 생산요소인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와 연결된 거대한 변화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카, 스마트헬스케어, 인터넷은행 등등이 그런 예죠. 저는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가 하드웨어 혁신, 플랫폼 혁신, 빅데이터 혁신의 순서로 진화할 거라고 봅니다. 특히 앞으로 빅데이터 혁신은 5G(5세대 이동통신) 통신망 고도화 중심으로 이뤄질 겁니다. 5G가 있어야 빅데이터의 실시간 전송을 통해 자율주행 자동차도 가능하게 됩니다.”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은 미래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특히 상당수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요체를 ‘데이터’로 여긴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자동차 등이 모두 방대한 데이터, 즉 빅데이터 처리를 통해 구현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향후 세계의 부(富)는 데이터를 장악하는 세력에게로 넘어간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들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강 회장이 말한다.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혁신기업들의 끝은 아직 멀었다고 봅니다. 3~4년 전에도 이들 기업의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고 했는데, 저는 여전히 ‘먹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초로 하는 기업은 기존 산업과는 다른 가치 평가 방법을 적용해야 돼요. 토지, 노동, 자본을 투입해 가치를 창출하는 전통 산업과 달리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익의 확장성, 시장의 개방성이 훨씬 큽니다.”
그렇다면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생성되는 천문학적인 데이터를 처리하는 반도체 산업은 어떨까. 2017년 코스피 시장을 뜨겁게 달구며 상승세를 주도한 견인차가 바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 대변되는 반도체 종목이었다. 이들 양대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급등한 것은 큰 폭의 이익 증가 덕분이었다. 4차 산업혁명 진전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반도체 시황도 불붙었기 때문이다.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는 새로운 생산요소
하지만 강방천 회장은 현 시점에서 반도체 종목에 대한 투자는 회의적으로 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도체 수요는 지속 증가하겠지만, 그 수요를 넘어서는 공급이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생산 설비를 증설해나가고 있다. 특히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게 되면 수요를 크게 초과하는 공급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그 결과 반도체 기업들이 서로 ‘가격 전쟁’을 벌이게 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이익 감소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물론 이익 감소는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동안 선제적 투자와 초격차 전략으로 메모리 반도체 일등을 유지해온 삼성전자 역시 전체적인 시장 판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강 회장의 전망이다.
강방천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상품 전략에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과 정교한 알고리즘을 활용한 펀드를 선보인 것이다. ‘알파로보펀드’가 주인공이다. 알파로보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아닌 컴퓨터가 방대한 기업 데이터를 분석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잇달아 선보이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투자자의 성향을 토대로 자산 운용을 자문해주는 것과는 달리, 알파로보펀드는 컴퓨터가 수많은 개별 기업을 분석해 스스로 주식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알파로보펀드는 성장형 기업에 투자하는 그로스(Growth)형과 수익형 기업에 투자하는 인컴(Income)형으로 투자 속성이 나뉜다. 또 투자 대상 지역도 한국과 글로벌로 구분된다. 따라서 투자 속성과 지역을 조합하면 총 4가지의 알파로보펀드가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강 회장이 말한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미래가치, 정성적 가치, 비즈니스모델적 가치, 상식의 가치, 통찰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이게 리치투게더 펀드의 영역이죠. 하지만 가치는 여러 가지가 있죠. 데이터의 가치, 회계적 가치, 정량적(定量的) 가치, 객관의 가치, 확인 가능한 가치 등이죠. 이것도 분명히 가치죠. 이런 가치에 대한 평가는 인간보다 컴퓨터나 인공지능이 월등히 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알파로보펀드를 내놨죠. 리치투게더 펀드와는 속성이 다른 펀드인 셈이죠. 하지만 이것 역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물려줄 ‘100년 펀드’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2018년 코스피는 긴 박스권 장세에 머물 것”
2017년 코스피 시장의 상승세는 반도체 종목이 앞에서 끌고 은행 종목이 뒤에서 미는 형국이었다. 코스피 시장에서 두 업종의 이익 증가세가 그만큼 돋보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강 회장은 2018년에는 두 업종의 이익 증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다른 업종에서도 이익 증가를 견인할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금리 인상 등 정부 정책과 원화 강세 흐름도 기업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봤다.
다만 국내 상장기업들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확대하며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추세는 주가 하락을 제어하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강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합친 ‘주주환원율’이 시중금리의 거의 두 배 가량 되기 때문에 주주 입장에서 주식을 굳이 팔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요인들을 종합할 때 2018년 코스피 지수는 2,300~2,600선에서 ‘긴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라는 게 강 회장의 예측이다. 더불어 그는 대형주 중심의 장세보다는 저평가 가치주들이 빛을 보는 장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펀드 시장에서도 지수 상승률을 추종하는 패시브펀드(인덱스펀드, 상장지수펀드 등 주가지수 상승률 정도의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보다는 개별 유망 종목, 저평가 가치주를 찾아 투자하는 액티브펀드(적극적인 종목 선택과 운용으로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가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패시브펀드에 몰렸던 돈, 액티브펀드로 다시 돌아올 것”
최근 수년간 펀드 시장에서는 패시브펀드가 대세로 떠올랐다.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시장 평균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가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도 운용 자금을 대거 패시브펀드로 옮겼다. 가치투자 원칙에 입각한 액티브펀드를 운용하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도 상당 규모의 자금이 이탈하는 타격을 입었다.
이 같은 펀드 시장의 흐름에 강방천 회장은 일침을 가했다. 패시브펀드는 투자의 본질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자본시장을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다. “평균이 있다는 것은 평균 이상과 평균 이하가 있다는 뜻입니다. 좋은 투자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인 기업, 꿈이 있는 기업, 좀 더 나은 기업, 좀 더 저평가된 기업, 좀 더 생산적인 기업 등 ‘평균 이상의 기업’에 자본을 배분해 투자자와 투자 대상이 함께 부자가 되는 겁니다. 그게 자본시장의 존재 이유죠. 그런데 평균 이상의 기업을 놔두고 평균에 투자하는 것은 자본시장의 효율성에 역행하게 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양적완화와 초저금리로 막대한 자금이 시장에 풀리면서 ‘별 고민 없이 투자할 수 있는’ 패시브펀드에 돈이 쏠리게 됐다는 게 강 회장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제 양적완화가 멈췄고 금리도 서서히 오르는 데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이 패시브펀드 투자 중단을 선언하는 등 액티브펀드가 반등할 수 있는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도전장 던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국책 과제로 떠올랐다.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이른바 ‘3020’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강방천 회장은 이 같은 시대적 흐름 속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그가 주목하는 분야는 ‘궁극의 청정에너지’로 불리는 연료전지를 이용한 에너지 사업이다. 이미 전담 조직을 갖추고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에 나섰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대주주로 참여하고 한국전력 산하 발전자회사, 도시가스회사, 지역난방공사, EPC(설계·구매·건설 등 일괄 시공) 기업 등이 주주가 되는 형태의 법인이다.
특히 강 회장은 단순한 파이낸싱 역할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전체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총괄하는 실질적인 에너지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그는 연료전지 사업에 무게를 두지만 태양광 사업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강 회장이 말한다. “신재생에너지는 매우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입니다. 한전이 구매해주고 재고도 없는 데다 원가 구조도 명쾌하죠. 특히 20년간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합니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 태양광과 풍력은 부지 문제가 있습니다. 반면 연료전지는 많은 땅이 필요하지 않아요. 정부가 ‘3020’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료전지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겁니다. 저는 연료전지가 한국형 신재생에너지의 주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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