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이 지방 여행을 하다 보면 매번 버스 시간대를 맞추는 것도 피곤한 일로 다가온다. 한국으로 여행오는 외국인들에겐 그 불편함이 훨씬 크다. 여행하면서 짧지 않은 거리를 이동하는 탓에 매번 택시를 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행사의 상품 패키지를 이용하자니 원하는 동선을 짤 수가 없다. 신승현(33·사진) 펀타스틱코리아(펀코)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아쉬움을 느끼는 이 틈새를 공략했다.
◇국내 여행 길잡이, ‘펀타스틱코리아’
펀코의 서비스는 패키지여행과 자유여행의 장점을 합친 새로운 모델이다. 영문 기반의 펀코 웹페이지에서 외국인 여행객은 본인이 여행하고 싶은 지역과 관광 명소 코스를 지도 위에 찍고 여행 인원수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교통편을 비롯해 명소 입장권, 음식 배달 서비스까지 포함된 여행 상품이 탄생한다. 여행 견적도 자동으로 즉시 산출된다.
신 대표는 “예를 들어 부산에서 출발해 순천, 여수, 담양 등을 가고 싶다고 하면 미리 펀코와 제휴 맺은 차량 회사들을 연결해 교통편이 구성된다”며 “가평 남이섬, 아침고요수목원, 쁘띠프랑스, 아침고요수목원과 용인 에버랜드 등 원하는 명소 입장권도 다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우선권인 에버랜드 ‘큐패스’도 펀코에서 판매중이다.
보통 자유여행객은 직접 교통편이나 호텔을 예약하고 동선을 짜면서 느끼는 어려움을 새로운 경험으로 생각하고 여행 중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단위로 이동하거나 또는 여행 계획을 짤 여유가 없는 바쁜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국내 지방 여행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신 대표는 “한국의 다양한 지방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는 것에 착안해 펀코 서비스를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교환학생 생활하면서 ‘삶의 주체성과 자유로움’에 눈 뜨다
신승현 대표는 흔히 우리나라에서 이야기하는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어려서부터 열심히 공부했고 서울 대원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2005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대학교 1학년때도 입학하자마자 3월에 토플(Toefl) 시험을 봤다. “보통 입학하면 3월에 많이 노는데 저는 1학년 1학기에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뭔가 시기에 맞게 딱딱 맞춰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때는 강했거든요. 주변에서 교환학생 가려면 토플점수가 있어야하고 성적이 좋아야 한다고 해서 열심히 했어요.”
1학년 1학기, 신 대표가 받은 학점은 4.3 만점에 3.8점이었다. 교환학생에 지원해 일본 후쿠오카 큐슈대학교에 갈 수 있었다. 그렇게 가게 된 1년간의 교환학생 생활이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외국인 학생 50명을 모아서 일본에 대해 영어로 가르치는 수업이 진행됐다. 그 때 만나게 된 외국인 친구들은 자유분방하고 여유로웠다.
“한국에서는 20살에 대학을 가야하고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 25살 쯤에 이름있는 곳에 취업하거나 아니면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해야한다는 암묵적인 압박이 있죠. 30살 전에 결혼하고 애도 빨리 낳고 집도 마련하고…… 뭐 이런 것들이요. 외국인 친구들은 그런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은 채 살고 있었어요. 큰 충격이었죠.”
1년간 바뀐 가치관은 신 대표의 모든 삶을 통째로 바꿨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빨리 학교를 졸업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학교에 있으면 다시 예전처럼 정해진 틀에 갇혀 힘들게 찾은 ‘나 다움’을 잃을 것 같았다.
◇무작정 시작한 에어비앤비 사업
졸업하면서 관광 분야로 취업하고 싶었지만 가고 싶은 회사가 없었다. 일단 취업하자는 생각으로 국내 대기업 건설사 부동산 개발팀에 2009년 1월 입사했다. 하지만 역시 맞지 않았다. 답답했고 지루했다. 회사에서 제공한 사택에 사는데 주 6일 근무 중 4일은 저녁회식이 있어 개인 시간도 많이 확보할 수 없었다.
결국 1년 8개월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무작정 신 대표는 에어비앤비에 이메일을 보냈다. 그당시만 해도 아직 에어비앤비가 한국에 진출하지 않았던 때다. 신 대표가 자신의 이력과 경력을 보내자 에어비앤비에서는 한국 내 영업과 사이트 번역 일을 맡겼다.
“번역 일을 하다 보니 제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태원과 홍대에 작게 원룸을 전세 내고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시작했죠. 외국인들이 갈만한 숙박시설도 모자랐었고 미국에서는 이미 에어비앤비가 유명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외국 사람들의 문의가 많이 들어왔어요.”
그렇게 신 대표는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가격과 조건을 손님과 협상하는 과정들이 큰 자산이 됐다. 그 때 외국인 손님들이 자주 에버랜드 티켓이나 강촌, 가평 지역 레일바이크 예약을 부탁했었다. 외국인들에게 서울 바깥을 여행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지금의 펀타스틱코리아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글로벌 기업을 꿈꾸며, 다시한번 도전
2013년에 설립된 펀코는 입소문을 타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가이드 동행이나 쇼핑몰 투어 등 외국인이 선호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경험해야 했던 요소들을 모두 제거한 덕분이다. 현재 펀코가 만들어 낸 외국인 맞춤형 국내 여행상품은 약 400개에 달한다.
다음 달에는 일본 서비스도 론칭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의 첫 시작점으로 근처 아시아 국가인 일본을 선택했다. 한국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주력하겠다는 포부다. 일본에서 교환학생을 한 덕분에 신 대표는 일본 지리와 문화를 잘 안다.
아울러 올해 3월에는 전용 앱도 론칭될 예정이다. 신 대표는 “구글 검색으로 일일이 업체들을 다 찾고 힘들게 여행 코스를 짜는 외국인들에게 좀 더 편하고 즐거운 여행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며 “지금도 휴대폰 모바일 화면에서 웹페이지를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환경(UI)을 조정해놓긴 했지만 앱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 고객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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