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죽는다면 가지고 있던 암호화폐는 어떻게 될까? 아주 복잡해진다.
올해 콜로라도에 사는 한 젊은 남성이 갑작스레 사망했다. 유족들이 그의 재산을 처리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는데, 그 과정에서 소중했던 아들이 디지털 통화 비트코인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13년 13달러에 불과했던 1비트코인은고인이 사망할 당시 5,000달러까지 가치가 폭등해 있었다.
슬픔에 잠긴 유족은 막대한 유산을 받기로 했다. 암호화폐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었다.
비트코인은 해킹이 불가능한 암호로 보호되는 가상 화폐다. 이런 특성 때문에 안전하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반면, 비트코인 주인이 사망할 땐 디지털 재산에 영원히 접근할 수 없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기술에 밝은 개인이 가상화폐(현재 시장 규모가 700억 달러에 이른다)에 투자했다면, 친척들에겐 골치 아픈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비트코인은 가상 지갑에 보관된다. 각 지갑은 모든 이가 볼 수 있는 ‘공개 열쇠(public key)’라 불리는 무작위 글자 조합을 이용한다. 이는 암호화폐를 송수신하는 주소가 된다. 주인은 각각의 ‘공개 열쇠’를 통해 지갑에 접근할 수 있다.
만약 ‘공개 열쇠’를 전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트코인 주인이 사망하면, 상속자는 고인의 지갑을 발견은 하겠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재산에는 접근할 수 없다. 이를 방지하려면 주인은 공개 열쇠를 적어 누군가에 맡기거나, 플래시 메모리 드라이브에 저장하거나, 이를 관리하는 상업 서비스에 위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방법은 각기 다른 위험을 수반한다. 로펌 머사 컬리나 Murtha Cullina의 유언 및 부동산 담당 변호사 수잰 월시 Suzanne Walsh는 “유언 집행자와 상속자가 개인 비트코인 키를 알아내지 못해 결국 폐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건 상업 서비스의 장점이 되기도 한다.
월시는 그렇기 때문에 콜로라도의 유족들에게 비트코인 상속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유족은 아들의 은행 계좌를 살펴보다가 코인베이스 Coinbase로의 이체 기록을 확인하고 그가 비트코인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코인베이스는 지갑과 거래 서비스로 인기 끌고 있는 플랫폼업체다. 유족은 문서를 들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이 회사를 방문, 지갑의 존재를 확인했고 현재 그 내용물을 이전하고 있다(다른 거래소에도 가상화폐를 친족에게 이전하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사기꾼들이 거짓으로 사망을 주장해 비트코인을 훔칠 수 있어 해당 문제 논의를 꺼리고 있다)
그러나 사망자의 비트코인 보유 여부를 알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또 다른 로펌 프로스카우어 Proskauer 소속 변호사 헨리 레보비츠 Henry Leibowitz 는 “보통 유언 집행자들은 재산을 찾아내기 위해 세금 관련 서류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비트코인 상황을 과거 사람들이 주식 증서를 구두 상자에 넣어두고 사망했던 경우에 빗대어 표현했다. 증서 들의 존재 여부를 수십 년간 몰랐던 사례가 종종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주식을 발행한 회사가 ‘아무도 해당 주식에 대해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해당 주식을 주 정부에 미청구 재산으로 넘겼었다.
마지막으로, 유언장에 비트코인이 명시되지 않았다면, 부동산 변호사들이 흔히 쓰는 ‘트럭을 가진 자가 바로 상속자’ *역주: 고인 소유 물건을 옮길 수 있는 트럭을 지닌 사람이란 의미로, 바로 그 사람이 결국 주인이 된다는 것 라는 표현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고인이 내가 상속받기를 원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상속인이 재산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과거 인기 있던 램프나 보석 대신, 이제는 수천 혹은 수백만 달러 가치를 지닌 비트코인 지갑 공개열쇠를 갖고 떠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JEFF JOHN ROBE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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