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은 공인인증서의 18년 장기집권을 깰 수 있을까.’
정부가 공인인증서 제도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특정 개인의 정보와 거래 내용을 여러 서버에 분산해 관리하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본인 인증 수단이 주목받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이고 금융권에서도 이를 계기로 본인 인증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그동안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투자로만 관심이 쏠렸던 블록체인 기술이 일상생활에 파고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035720)의 금융 서비스 자회사 카카오페이는 자사의 본인 인증 플랫폼을 기업과 개인에게 완전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금융결제원이나 코스콤 등에 돈을 내고 적용했던 공인인증서 시스템을 쓰지 않고도 거래처나 고객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개인이 다른 사람과 사적 거래를 할 때도 카카오페이 인증을 활용해 안전하게 본인 확인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주민등록등본 등 간단한 민원서류만 떼려고 해도 (매년 새로 갱신해야 하는) 공인인증서가 필요하고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서만 작동하는 ‘액티브X’를 깔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인증 서비스의 완전 개방을 고민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인증 서비스는 지난해 6월 출시해 이미 가입자 70만명을 넘긴 상태다.
IT 업계 뿐만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자체 인증 수단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먼저 움직인 곳은 금융투자업계다.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2016년 10월 26개 증권·선물사를 비롯해 5개 블록체인 관련 기술 기업이 모여 컨소시엄(공동 사업체)을 구성해 지난해 11월 모바일 전용 인증 시스템인 ‘체인 아이디(ID)’를 선보였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PC용 인증 시스템도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권은 오는 3·4분기 출시를 목표로 자체 인증 수단을 개발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를 통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18개 시중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일단 오는 4월 시범 서비스를 통해 안정성을 점검해본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와 금융권의 본인 인증 수단의 공통점은 사용자의 정보를 암호화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올린다는 것이다. 한 번 정보를 블록체인에 올리면 그다음부터 인증이 필요할 때는 간단한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생체 정보 인식을 통해 절차를 끝낼 수 있다. 반드시 1년에 한 번씩 별도의 갱신 절차가 필요했던 공인인증서와 달리 반영구적으로(금융권은 3년에 한 번 갱신)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패트릭 하커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블록체인의 진정한 가치는 비트코인 유통이 아니라 인증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 활동을 하는 국민 대다수(지난해 6월 기준 3,659만명)가 지난 18년 동안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사용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본인 인증 수단이 단기간 내 자리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공인인증서 발급 기관인 코스콤의 한 관계자는 “특별히 보안상의 결함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다 기존 본인 인증 수단에 익숙해진 사용자가 많으므로 급격한 사용자 이탈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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