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중견 프랜차이즈 업체는 한 소형 프랜차이즈로부터 “우리 회사를 인수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 소형 프랜차이즈는 한때 빠르게 번졌던 ‘스몰 비어’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스몰 비어 열풍이 수그러든데다 큰 폭으로 뛴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회사를 팔겠다는 결심을 내린 것이다. 제안을 받았다는 중견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지금 있는 브랜드를 지키는 것도 힘든데 어떻게 확장을 하겠느냐. 거절했다”며 “프랜차이즈 업계에 버티는 자가 살아남는 생존게임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소규모 커피 프랜차이즈 B사는 새로운 인수자를 찾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업체다. 업체 고위 관계자는 “이 업체 외에도 증권가에 다수의 프랜차이즈 업체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특히 외식업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의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가뜩이나 오랜 불황으로 근근이 버텨온 중소형 프랜차이즈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과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사회적인 불신이 커지면서 매각 등 사업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해법으로 가맹본부에 대해 고통분담을 더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이면서 이번 기회에 매각에 나서는 브랜드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23일 외식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형 프랜차이즈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다수 유입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스몰 비어 브랜드들을 비롯해 대중들에게 이름이 알려진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디저트 카페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물건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임원은 “근래 들어 우리 쪽에도 다른 프랜차이즈를 인수할 의사가 없느냐는 문의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 불황으로 인한 매출 부진에 최저임금 인상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자금 사정이 열악한 소규모 프랜차이즈들이 먼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등록된 프랜차이즈 브랜드 5,000여개 가운데 연 매출이 10억원 미만인 곳은 무려 65%에 달한다. 10억원 미만인 업체를 포함해 전체의 95%는 연 매출이 200억원이 안 된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얼마 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최저임금 인상분 부담을 가맹본부도 나눠서 져야 한다는 발언에 사업을 계속 영위할지 고민하는 곳들이 많아졌다”며 “대형 업체들은 부담할 수 있지만 근근이 버텨온 소규모 업체들은 버티기 힘들다. 여기에 필수구매 물품 마진 공개 등 프랜차이즈 사업 환경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가맹점마다 소유주가 다른 프랜차이즈 업종의 특성상 사업을 하루아침에 접기는 힘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7년 폐업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있었는데 그 마지막 매장이 10년 뒤인 지난해에야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무래도 폐업을 하면 각기 다른 시점에 계약한 가맹점주별로 보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우선 M&A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견고해지고 있어서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부정적인 사례가 이슈화되면서 프랜차이즈업종 전체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커졌다”며 “양심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곳들도 많은데 프랜차이즈에 대한 시선이 워낙 부정적이다 보니 사업 의지가 꺾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와 이미 대형화한 중견 프랜차이즈만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아직 최종 집계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가맹사업을 포기한 업체는 역대 최대치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역시 중소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많은 곳이 M&A나 폐업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