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에 한미간 통상 마찰 우려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 출발했다.
2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원80전 오른 1,073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정용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발동한 여파에 원화는 약세로 기울었다. 삼성·LG 등 국내 가전업체와 태양광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한데다 미국의 압박이 반도체, 철강 등 다른 산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서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면서 달러에 대한 투자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다. 전날 일본은행(BOJ)이 통화 완화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엔화 약세를 유도했음에도 밤 사이 달러는 3년래 최저치로 급락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에 따른 무역마찰 우려, 유로존 지표 호조에 따른 유로화 급등이 겹치면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밤 사이 0.35% 곤두박질 쳤다. 이날 오전에는 89.9로 90선을 잠깐 깨고 내려가기도 했다.
달러가 급격한 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원달러 환율이 오른 것은 달러 약세보다 원화 약세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세이프가드 관세 부가 명령에 공식 서명하면서 “우리의 행동은 LG와 삼성이 바로 여기 미국에 주요 세탁기 제조공장을 짓겠다는 최근 약속을 완수하는 강력한 유인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대미 무역흑자 축소를 직접 겨냥하면서 한미간 통상 마찰 우려를 키움에 따라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달러의 글로벌 약세가 워낙 강한데다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여전히 뜨겁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원달러 환율의 상승폭은 제한될 전망이다. 1,075원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는 달러 매도 물량도 환율 상승세를 누를 수 있다. 오전 9시57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1,071원70전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원엔 환율(하나은행·9시 기준)은 전 거래일보다 8원29전 오른 974원44전을 기록했다. 달러 가치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엔화는 상대적으로 강세로 뛰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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