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광고 사업과 마케팅 전문가를 새로운 공동대표로 내세우고 본격적인 수익 확대에 나선다. 플랫폼(기반 서비스) 확장을 위한 기술적 토대를 갖춘 만큼 기업의 몸집을 키우는 ‘볼륨업’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24일 여민수(49) 광고사업 총괄 부사장과 조수용(45) 공동체브랜드 센터장을 신임 공동 대표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9월부터 카카오를 이끌었던 ‘30대 최고경영자(CEO)’ 임지훈 대표는 고문으로 물러난다.
2명의 내정자는 모두 김 의장과 과거 함께 일한 공통점이 있다. 광고기획 전문가인 여 신임 대표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NHN(현 네이버)에 근무하며 김 의장과 접점을 쌓았고 2016년 LG전자에서 카카오로 넘어왔다. 조 신임 대표는 네이버의 상징인 ‘초록색 검색창’을 만든 디자인·마케팅 전문가로 유명하다. 그 역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NHN에서 일하며 김 의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다. 이미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문태식 카카오VX 대표 등 카카오의 주요 수입원인 게임사업 계열사의 CEO도 김 의장이 창업한 한게임(NHN의 전신) 출신 인사가 활약하고 있다. 이번 인사로 김 의장이 NHN 출신을 중심으로 한 ‘친정 체제’가 확실하게 갖춰진 셈이다.
특히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2명의 내정자를 카카오의 ‘얼굴’로 내세운 것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광고 등 ‘돈을 버는 사업’에도 힘을 쏟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카이스트를 졸업한 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투자 심사역을 거쳐 카카오 CEO에 영입된 임 대표가 AI 기술 개발 등 플랫폼(기반 서비스) 확장을 위한 밑돌을 깔아놓은 만큼 이를 기반으로 광고 사업과 마케팅 전략을 접목해 매출액을 2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카카오 연간 매출액을 1조원 후반대로 예상하고 있다. 경쟁사인 네이버는 광고 사업을 바탕으로 이미 2016년 매출액 4조원을 넘어섰다.
예상을 벗어나는 김 의장의 인선에 카카오 내부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임 대표가 취임 초기 성장 부진으로 고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부터 카카오가 반등에 성공하며 연임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카카오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기술 쪽이 아니라 광고와 마케팅 전문가를 CEO로 내정할 줄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결국 김 의장이 새로운 도전 대신 ‘돈 벌 줄 아는’ 40대에게 경영권을 맡긴 셈”이라고 짚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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