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까사미아 인수로 신세계·현대백화점·롯데 등 대형 유통업체간 가구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대형 유통사들은 최근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생활용품 등을 활용해 집을 꾸미는 ‘홈퍼니싱’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에 주목, 가구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 중이다. 반면 제조에서부터 유통·판매까지 책임졌던 중소 제조업체들은 유통 플랫폼과 브랜드를 겸비한 대형 유통사에 밀려 하청화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이날 경영 이사회를 열고 중견 가구업체 까사미아의 지분 92.4%를 1,837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신세계는 전국 13개 백화점과 그룹 유통 인프라를 활용해 신규 채널을 확대하고, 동시에 로드샵 전략도 펼쳐 동업계 수준의 매장 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현재 가두 상권 중심의 72개 매장을 향후 5년내 160여개 점으로 2배 이상 늘리고 신규 매장의 성격도 ‘플래그쉽’, ‘로드숍’, ‘숍인숍’ 3가지로 세분화해 상권 규모에 맞는 출점 전략을 펼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매출 1,200억원대의 까사미아를 5년내 매출 4,500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며 2028년에는 매출 1조원대 메가 브랜드로 육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세계의 까사미아 인수로 국내 가구시장엔 신세계·현대백화점·롯데 등 대형 유통 3사가 모두 발을 들여 놓게 됐다. 이들은 주력중 하나인 패션사업 부문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최근 급성장하는 홈퍼니싱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고 있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리바트를 500억원에 인수하면서 직접 홈퍼니싱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2년 매출액이 5,049억원이었던 리바트는 현대백화점 인수 이후 2016년 매출액이 7,356억원으로 불어났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미국 홈퍼니싱 기업인 윌리엄스소노마를 단독으로 들여온데 이어 현대리바트와 현대H&S를 합병해 회사 덩치를 1조3000억원까지 키웠다.
롯데는 롯데아울렛 광명점과 고양점을 이케아 매장과 나란히 열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가구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유통회사들은 전국에 분포된 대형 유통 망을 바탕으로 고객 접점을 다양화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직접 가구를 제조하지 않더라도 브랜드와 유통망을 앞세워 얼마든지 가구 시장을 장악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나 유통망을 장악한 회사들이 가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현상은 한샘과 이케아의 성공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국내 가구업체 가운데 최초로 연 매출 2조원 돌파(지난해말 기준)가 유력한 한샘은 스스로를 유통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한샘은 지난 2001년 사업보고서 업종을 부엌가구 전문 제조업으로 썼지만 최근 한샘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부엌가구 제조 유통과 인테리어가구 등 유통업을 영위하는 업체로 돼 있다.
한샘은 20년전부터 부엌가구에서 침실과 거실, 욕실 등 종합 인테리어 회사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직접 생산 방식을 버리고 대신 디자인과 브랜드 강화, 유통망 확대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2013년 1조원이던 매출은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2014년 말 광명에 대형 매장을 내며 홈퍼니싱 열풍을 몰고 온 이케아는 지난해 고양시에 2호점을 내고 연착륙에 성공했다.
이처럼 가구시장이 대형 유통망을 장악한 회사들의 경쟁으로 재편되면서 기존의 중견·중소업체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가격 경쟁에서 중저가 전략을 취하고 있는 이케아와 중고가 전략을 펴고 있는 백화점 계열 가구회사의 틈새에 끼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업계 6위 규모인 까사미아가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고 신세계 그룹에 넘어간 것을 계기로 중소·중견 가구업체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그동안 중소업체들은 생산 하청업체로 입지가 축소돼왔다. 한 중견가구업체의 관계자는 “국내 가구업계에서 1위 한샘과 2위 리바트를 제외하면 나머지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결국 유통망을 장악한 회사들에 맞서 얼마나 차별화를 거둘 수 있느냐에 따라 중견·중소 업체들의 경쟁력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우·변수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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