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통시장에서 대형마트도 떠나고 홈쇼핑도 떠납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유통이 거의 사라지는 셈입니다. 한국 유통업체에 중국은 무덤이나 다름없습니다.”
유통업체 고위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의 중국 철수에 대해 “중국의 사드 보복에다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한국 유통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며 “현재 중국에서 영업 중인 다른 유통업체 상당수가 추가로 철수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롯데홈쇼핑의 중국 진출은 지난 201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 3위 홈쇼핑업체인 ‘럭키파이’의 지분 63.2%를 1억 3,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충칭, 산둥, 윈난, 헤이룽장성, 허난성 등 5개 지역에서 사업을 개시한 뒤 지역을 빠르게 넓히겠다는 것이 롯데홈쇼핑의 복안이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롯데홈쇼핑에 악몽으로 돌아왔다. 라이선스·합작사 문제와 누적되는 영업손실로 헤이룽장성, 허난성 사업은 초기부터 접을 수밖에 없었다. 2015년에는 충칭 사업 운영권도 현지 사업자에게 넘겼다. 롯데홈쇼핑은 남은 윈난, 산둥 지방을 중심으로 재기를 노렸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은 이 같은 꿈까지 완전히 무너뜨렸다. 윈난, 산둥 지분과 사업권도 중국 현지 업체에 매각하면서 8년 만에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완전히 철수하게 된 것이다. 다음달 이후 중국에서 롯데홈쇼핑에 남은 것은 충칭 사업에 대한 지분 약 32%뿐이다.
중국 시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철수 카드를 꺼낸 유통기업은 비단 롯데홈쇼핑뿐이 아니다.
홈쇼핑업계에서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한 CJ오쇼핑(035760)의 경우 현재 중국 광저우 기반의 남방CJ 사업을 청산하고 있다. 남방CJ는 지난 2014년 30억 원, 2015년 7억 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16년에는 영업손실 폭이 무려 201억 원까지 커졌다. 2016년부터 방송 송출을 중단하고 현지 사업자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현대홈쇼핑(057050) 역시 싱가포르에서 국제중재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철수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형마트의 ‘탈(脫) 차이나’ 속도는 더 빠르다. 이마트(139480)가 이미 지난달 중국 현지 매장 6곳 가운데 5곳을 태국 CP그룹에 매각해 사실상 완전 철수 작업을 완수했다. 나머지 한 곳인 시산점은 건물을 임대해 썼던 다른 매장과 달리 자가 점포기 때문에 언제든 철수가 가능하다. 1997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마트는 한때 현지 매장이 26개에 달했지만 20년 만에 중국에서 간판을 완전히 내리게 됐다.
사드 보복의 최대 피해자 가운데 하나인 롯데마트도 현재 마트 99개·슈퍼 13개 등 중국 내 112개 점포를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복수의 인수대상자 실사까지 마친 이 회사는 3차 자금수혈 없이 상반기까지 버티면서 매각 시기를 저울질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사드 보복 조치 해제로 영업재개가 가능해지더라도 영업 유지보다는 매각을 최우선순위에 둔다는 입장이 완고하다. 이미 너무 많은 유·무형 피해를 입어 또다시 자금을 투여해 재기를 노리느니 아예 사업을 접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서도 중국과 실질적인 관계가 전혀 달라지지 않아 기업 입장에서는 버티는 데 한계를 느낀다”며 “기업 경영의 잘못이 아니라 외부변수인 정치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애로를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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