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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중재협의도 전에 관세보복 '강수'...철강 WTO 제소도 '만지작'

반도체 등 제조업으로 통상압박 확산 사전 차단

"보호무역 맞서자" 올해부터 '서울클럽' 결성도





미국의 통상 ‘때리기’에 그동안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던 우리 정부의 태세가 돌변했다. 대미무역 흑자를 줄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줬음에도 미국이 보호무역 공세의 수위를 낮추지 않은 게 주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해 11억5,500만달러(지난해 11월 누적 기준)에 달하는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의 미국 수출 시장이 막힐 수 있는데다 수세적으로 대응할 경우 철강 안보영향 분석보고서 발표뿐 아니라 자동차와 반도체 등 우리 제조업 전반으로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확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의 태세 전환은 세탁기 반덤핑 분쟁과 관련해 한발 빠르게 보복관세를 매긴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정부가 지난 22일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DSB)에 미국이 우리나라 세탁기에 잘못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생긴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신청한 양허정지 요청은 일종의 선제공격이다.

통상 반덤핑 관련 분쟁의 경우 최종 승소 판정이 나온 뒤 1년여의 이행기간을 둔다. 이행기간이 다 지났을 경우 다시 분쟁 당사국 간 중재절차를 거쳐 WTO 재판부가 충분한 이행이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충분한 이행이 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내려졌을 경우 승소 국가가 보복관세를 매기기 위한 양허정지 신청을 하게 된다. 우리 정부는 이행에 대한 중재절차를 건너뛰고 곧바로 보복관세 신청을 한 셈이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통상의 절차대로라면 미국이 이행했는지를 두고 중재절차를 먼저 해야 하는데 그걸 건너뛰고 바로 보복금액 신청을 한 것”이라며 “나중에 이행 여부를 따지더라도 양허정지 신청 결과가 나오면 바로 보복조치를 하겠다는 게 정부의 뜻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대한 보복관세 신청도 마찬가지다. 통상 세이프가드가 발동한 해당 국가와 이해관계국 간에는 보상 방안 논의를 위한 양자협의가 진행된다. 정부가 협의절차 이전에 보복관세 신청을 결정한 것도 이전의 수세적 자세와는 다른 모습이다.

또 미국 세이프가드에 대한 보복관세는 미국이 가장 아플 수 있는 농산물 분야를 향할 가능성도 높다. 안 교수는 “보복관세는 미국이 가장 아파할 수 있는 농산물 분야를 노리는 것이 무엇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또 철강 업계의 줄기찬 요구에도 그동안 뽑아들지 않았던 철강 관련 분쟁의 WTO행도 유력해졌다. 미국 상무부는 2016년부터 ‘불리한 가용정보(AFA)’ 조항을 적용해 우리 철강제품에 잇따라 ‘관세폭탄’을 때린 바 있다. 또 싼 전기요금 등을 빌미로 ‘비정상시장(PMS)’ 조항을 적용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철강 AFA 문제는 오랫동안 법률 검토를 해왔다. 시점과 최종적인 결정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정부는 미국 등 강대국의 보호무역조치에 맞서기 위해 올해부터 ‘서울클럽’ 결성을 위한 운영단을 구성한다. 통상 선진 12개국 등과의 공조를 통해 강대국의 무역공세를 막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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