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물량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호조 덕분에 전체 수출물량지수는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상승폭은 크게 축소됐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12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량지수 잠정치는 147.90(2010=10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상승했다. 전달의 8.7%에 비하면 상승폭은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감소폭이 큰 수송장비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는 양호한 모습”이라며 “12월 조업일수가 전년동월대비 2일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나쁜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품목별로 보면 완성차와 자동차부품을 포함한 수송장비가 29.7%나 하락했다. 금융위기 직후 글로벌 교역이 위축됐던 2009년 6월(-31.3%) 이후 9년여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국산 자동차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중국과 미국에서 수출이 크게 줄었고 다른 국가로도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전체 수출물량지수 상승세를 지탱한 건 반도체였다. D램, 플래시메모리, 시스템반도체가 포함된 집적회로를 중심으로 전기 및 전자기기가 12.5% 올라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화학제품과 석탄및석유제품도 각각 7.3%, 11.1% 올라 호조를 이어갔다.
달러로 계산하는 수출금액지수는 132.9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올랐다. 물량보다 금액의 상승폭이 큰 것은 수출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한편 수입물량지수는 137.43으로 전년동월대비 5.0%, 수입금액지수는 124.29로 15.9% 올랐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로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수입금액지수 증가폭이 더 컸다.
수입물량지수를 품목별로 보면 원유 등 광산품(-2.7%)과 열연판 및 강판 등 제1차금속제품(-9.5%)이 줄었지만 반도체 제조용기계(99.7%)를 포함한 일반기계가 33.4% 늘어 큰 폭의 상승세를 유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설비투자 수요가 반영됐다. 외국산 자동차 수입이 늘면서 수송장비도 20.6% 뛰었다. 한은은 “국내 자동차 수출이 줄어든 반면 수입차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지난달 147.03으로 1.8% 떨어졌다. 수출물량지수 상승폭이 감소한데다 유가 상승으로 수입물가(10.4%)가 수출물가(6.6%)보다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간으로 보면 수출물량지수는 평균 143.24로 전년보다 5.3% 상승했다. 2012년(5.6%) 이래 최대 폭이다. 수출금액지수도 125.28로 14.6% 치솟으며 3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2011년 19.2%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수입무역지수는 131.08로 8.4% 오르며 2010년(16.5%) 이래 최고 상승률을, 수입금액지수는 113.25로 18.9% 상승해 6년 만에(2011년 24.0%) 가장 많이 올랐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