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HMR)은 본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일컫는 신조어)’를 중시하는 1~2인 가구에 최적화된 상품으로 출발했다. 맛과 영양은 좀 포기하더라도 빠른 시간 안에 식사를 원하는 수요가 시장을 만들었다. 현대백화점(069960)의 HMR ‘원테이블’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간편식의 개념을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원테이블을 출시한 것은 지난해 11월. 백화점 업계로서는 첫 시도였다. 앞서 현대는 1년 여 전부터 본사 상품본부 식품사업부 내 10명의 인원으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HMR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유통·식품업체 대부분이 가격을 앞세워 상품 전략을 세운 것과 달리 백화점답게 다소 가격이 높더라도 좋은 재료·원료를 사용해 승부하자는 결론을 낸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자사 식품관의 강점을 활용해 전국 팔도 특산물과 유명 맛집의 조리법을 더하기로 했다. 이 경우 다른 HMR보다 가격이 5~10%가량 비싸진다. 하지만 충성 고객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주 고객층인 30~40대 주부와 전문가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 ‘원테이블 맛 평가단’도 꾸렸다. 특히 평가단에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 소개된 ‘봉우리’의 장경훈 대표, 미슐랭 가이드 원스타에 선정된 ‘이십사절기’ 고세욱 대표 등이 참여했다. 브랜드 명도 1~2인 가구용이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할 수 있는 식탁을 의미하는 원테이블로 정했다.
출시 두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대백화점의 차별화 전략은 주효했다는 평가다. 원테이블은 지금까지 무려 5만 9,000세트가 판매돼 당초 목표 판매량(2만 세트)의 3배를 팔아치웠다. 특히 프리미엄 전통 식품 브랜드 명인명촌으로 맛을 낸 ‘명인명촌 화식한우 소불고기’, 강원도 양구 명품 시래기로 만든 ‘양구펀치볼시래기밥’ 등은 출시되자마자 완판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이들 제품은 출시 초기보다 3배나 늘어난 물량이 판매되고 있다. 재구매율도 업계 평균(35%)를 크게 웃도는 65%에 달한다.
현대백화점은 올해에만 원테이블 신제품 50여 개를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벌교 꼬막밥, 담양 죽순밥 등은 출시 시기를 올 하반기에서 상반기로 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나아가 5년 뒤까지 상품 수를 300여 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유명 맛집·셰프들의 조리법을 활용한 상품과 프리미엄 가파도 미역국 등 스토리가 있는 제품도 개발할 방침이다.
윤상경 현대백화점 TF팀장은 “집에서도 간편하게 전문 셰프 수준의 맛을 내는 것을 목표로 원테이블을 만들었다”며 “백화점의 고급 재료를 앞세워 고급 가정 간편식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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