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투자금액을 거의 소진한 상태”라며 “지난 연말부터 국내외 기관을 대상으로 펀딩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쿠팡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 2014년 소프트뱅크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했고 세콰이어캐피탈과 블랙록도 각각 1억달러(1,100억원), 3억달러(3,400억원) 가량을 쿠팡에 베팅했다. 지난해 7월 골드만삭스의 SSG(특수상황그룹)가 쿠팡의 상품 재고 등을 담보로 3,000억원을 대여해준 것이 가장 최근의 자금 수혈로 알려진다.
쿠팡이 대규모 투자자금 유치를 서두르는 것은 이커머스 시장이 자금력이 풍부한 소수 과점 형태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 티몬, 위메프 등 국내 대표적인 이커머스 업체들은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가격 경쟁이 극심해 매출 성장세는 높지만 이익은 현저하게 낮다. 대규모 적자를 버틸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대규모 자금 수혈이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은 3조원에 달하지만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16년에는 매출 1조9,159억원에 4분의 1인 5,653억원 적자를 냈다. 결국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 이커머스 기업은 버티지 못하고 도태될 것이라는 평가다. IB 업계에서는 신세계의 1조원 투자 유치가 이커머스 업체들의 자금 조달 전쟁에 불을 당긴 것으로 보고 있다.
유치한 투자 자금은 대부분 물류, 결제, 배송 등 인프라 투자에 대부분 쓰일 전망이다. 가격 경쟁에선 한계에 봉착했고 쉽고 빠른 주문·배송이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경쟁은 기본이고 빠르고 정확한 배송과 기타 서비스 등이 이커머스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특히 최근 소비자들은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배송 서비스가 좋은 기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이마저도 상위 기업 대부분 서비스 상향 평준화가 되고 있다”고 이커머스 산업이 극단적인 규모의경제 체계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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