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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때문에 기업 파는 오너들

상속세 발목 잡힌 중소중견기업

올 들어만 5~6개사 눈물의 매각

기업상속공제 활용도 60건 그쳐





# 비상장 건설업체 Y의 2대 주주 유족들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6개월 내 지분을 매각하려 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시장이 매긴 가치의 4배로 인식해 과세했고 결국 상속을 포기했다. 사모투자펀드(PEF)를 거쳐 1대 주주가 되사는 과정에서 회사는 주인이 바뀌는 아찔한 순간을 넘겨야 했다. 락앤락(115390)의 김준일 회장은 사업 확대를 위해 2세 경영을 시도했지만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좌절했다. 해외 PEF에 6,200억원을 받고 지분을 모두 팔아버린 김 회장은 베트남으로 떠났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세금 부담으로 중소중견기업 오너들이 눈물을 머금고 매각을 선택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도 5~6개 기업이 PEF들에 지분매각을 의뢰해 추진하고 있다. 전문경영인을 구하기 힘든 중소중견기업이 최고 65%의 세율인 상속세에 잡혀 2세 경영을 포기한다. 세대교체기에 들어간 한국 기업 생태계가 단명 위기에 처했다. 대주주 지분 과세가 강화되면서 창업주들은 단기 투자 차익을 추구하는 PEF에 지분을 넘긴다. PEF는 수익창출을 위해 기업을 되팔며 기업의 영속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개인투자자의 순매도는 5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2018년 1월1일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20%에서 25%로 올린 여파다. 그러나 정부의 가업상속 세제혜택은 그림의 떡이다. 2016년 가업상속공제 건수는 60건, 공제금액은 2,954억원에 불과했다. 기업의 상속도 무조건 죄악시 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나타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7개 가운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세 부담이 네 번째로 높다. 국세청은 상속세 신고 시 잠재적 탈루자로 보고 사실상 모든 신고분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이에 따라 상속세 세무조사 건수는 2012년 5,334건에서 2016년 6,157건으로 늘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앞으로 가업상속 과정에서 기업 매각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영필·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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