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일주일간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미얀마 등 동남아 4개국을 방문했다. 윤 회장은 출장지에서 베트남 총리와 라오스 대통령 등 고위관계자를 줄줄이 면담했으며 KB국민은행의 캄보디아법인 세 번째 지점 개점식, KB캐피탈·KB국민카드와 코라오그룹의 합작사인 ‘KB코라오리싱’ 출범식에도 참석했다. 이는 국내에서 수년간의 분골쇄신 끝에 1등 금융그룹 탈환을 앞둔 시기에 그동안 취약했던 글로벌 시장 사업도 신남방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KB금융은 지난해 미얀마에 국민은행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지점을 4개 오픈했으며 캄보디아법인도 4호점까지 늘렸다. 또한 KB증권은 베트남 현지 증권사인 메리타임증권 인수를 완료하고 국민카드 역시 미얀마 현지 대표사무소를 설립하는 등 차근차근 신남방 사업 확장 기반을 다져왔다.
KB금융은 올해를 신남방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볼드 무브(BOLD MOVE)’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에 지점을 늘려 사업을 벌여가면서 시장 이해와 사업 역량을 축적하는 단계였고 올해는 본격적으로 동남아 시장 현지에 특화된 금융모델을 정립하고 확대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KB금융이 신남방에서 펼치려는 금융모델은 ‘서민·중소기업금융(MSME·Micro Small&Medium Enterprise)’으로 요약된다. 국내 리테일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강자인 KB금융이 자사의 강점을 살려 마이크로파이낸스(소액대출회사)가 대상으로 하는 서민과 소상공인 등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 KB국민은행의 캄보디아법인은 금리 경쟁력과 신속한 대출 프로세스에 기반을 둔 SME 대출을 중심으로 활발히 영업해 대출금을 전년 대비 47% 증가시키는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이 영역은 한 국가에서 성공한 모델을 다른 나라로 쉽게 확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KB금융의 한 고위관계자는 “동남아 지역만 해도 MSME 대상 고객이 6억명”이라며 “이러한 분야에 외국계 회사가 금융을 공급하는 것은 각국 정부에서도 선호한다”고 말했다.
특히 MSME를 국내에서 노하우가 충분히 쌓인 디지털 기반으로 접근하겠다는 계획이다.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디지털 채널의 한 축으로 해 오프라인 지점망을 서서히 늘려가면서 최적의 네트워크를 찾아가겠다는 것이다. KB금융은 이미 충전식 지갑 기반의 해외 전용 모바일 뱅크인 ‘리브 캄보디아(Liiv Cambodia)’를 론칭해 가입자를 3만여명 확보한 경험이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올해는 리브 캄보디아 모델을 인도네시아와 미얀마·베트남 등에 확산시킬 예정”이라며 “소비자금융·카드 사업 등 비은행 분야와의 시너지 창출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올해 본격적인 네트워크 확장에 돌입할 방침이다. 캄보디아의 경우 프놈펜 내 신규 지점을 지속적으로 추가 개설해 현지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을 확대하고 저원가성 예금 기반을 넓힐 계획이다. 베트남에서는 최근 기존에 영업 중인 호찌민지점의 자본금을 확충했으며 하노이사무소의 지점 전환도 진행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현재 KB국민카드가 대표사무소를 개설한 상태로 할부금융과 신용카드업 영위가 가능한 ‘종합여신전문금융기관’ 형태로의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올해는 신남방 현지 금융사 인수합병(M&A)이나 합작회사 설립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자체 네트워크 확대만으로는 진출 가속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법인이 개설된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는 마이크로파이낸스 인수가 유력하며 아직 네트워크가 없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도 은행 인수를 통한 진출을 꾀하고 있다. KB금융 고위관계자는 “마이크로파이낸스는 은행뿐 아니라 카드와 캐피탈 등이 교차로 인수하면서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다”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도 적절한 은행 매물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KB금융은 이같이 급속한 현지 네트워크 확대에 따른 글로벌 인력 수요 증가에 발맞춰 인력육성체계 개선도 장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미 지역전문가제도를 도입하고 국외점포 실무연수(OJT)를 운영 중이며 글로벌 인력의 경력개발계획(CDP) 수립을 통한 선발·배치의 체계화도 추진하고 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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