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약세에 투자심리도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30일 국고채금리는 장기물 중심으로 크게 상승했다. 30년물은 전일 대비 8.1bp 오른 2.677%에 장을 마쳤다. 50년물도 8.1bp 오른 2.677%를 기록했다. 3년물과 5년물은 각각 2.3bp, 3.3bp 상승한 2.304%, 2.592%에 마감했다. 국채선물시장도 현물시장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3년 국채선물(KTBF)은 5틱(0.05%) 내린 107.34에 마감했다. 틱 하락은 선물가격 약세를 의미한다. 채권금리 상승은 가계부채와 한계기업의 문제로 직결된다. 지난 2016년 말 기준 한계기업은 3,126개이며 이 가운데 85.3%가 금융비용 부담에 취약한 중소기업이다.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부실위험가구도 126만3,000가구에 달한다.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먼저 뛰는 시중금리가 국채금리 상승에 자극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한계기업과 부실위험가구의 이자 부담은 커지게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장금리 1%포인트 상승 시 가계 이자부담은 약 9조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기적으로 시장은 글로벌 시장 동조화에 채권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국가들이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어 수급도 꼬여 있다.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기존보다 1조7,000억달러(약 1,806조원) 늘어난 규모의 인프라 투자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정책이 글로벌 물가 상승 기대감을 자극해 안전자산인 채권시장에는 결국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블리클리어드바이저스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는 미국 10년물 수익률이 2.8%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일각에서는 가파른 금리 상승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면서 지금까지 랠리를 이어온 증시가 급격한 조정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 금리상승은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자극할 전망이다. 한은의 금리 인상 이후 단기 시장금리가 오르며 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3년2개월 만에 최고치인 3.6%대에 진입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가계대출 금리는 3.59%에서 3.61%로 한 달 사이 0.02%포인트 올라 2014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의 평균 자금조달금리인 신규 코픽스(COFIX) 금리는 지난해 12월 1.77%로 전월 대비 0.15%포인트 올랐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년간 최대 0.55%포인트 상승하며 5%대에 육박하고 있다.
빚을 내 집을 산 서민은 금리상승에 더 취약하다. 주택금융공사가 일반가구(전국 만 20세 이상 가구주) 5,043가구와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는 2,000가구를 대상으로 ‘주택금융 및 보금자리론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주택대출 월 상환금액은 평균 53만원으로 소득 대비 12.7%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구들이 평균적으로 월 소득의 8분의1을 대출 상환에 쓴다는 의미다. 또 52%는 월 상환금액이 버거운 수준이라고 답변했다. /황정원·박홍용·박호현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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