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아픈 증상이 없던 46세 주부 서모씨는 올 겨울 유독 추위를 탔고 없던 변비도 생겼다. 몸이 붓고 피곤한데다 체중도 2~3㎏ 늘어 병원에 갔더니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고 했다.
갑상선에서 만들어지는 갑상선 호르몬은 몸의 대사 속도를 조절하고 신생아·소아의 성장 및 두뇌 발달에 필수적 기능을 한다.
갑상선 호르몬이 너무 적게 분비되면 온몸의 대사 속도가 떨어져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모든 반응이 느려지고 열 발생과 기초대사율이 떨어진다. 맥박·말이 느려지고 소화력·기억력이 떨어지며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잘 먹지 못하는데도 몸이 붓고 체중이 증가하며 쉽게 피곤해진다. 땀이 나지 않고 피부가 거칠어지며 체온이 낮아져 추위를 많이 탄다. 손발 끝이 저리고 쥐가 잘 나며 여성은 생리량이 늘어날 수 있다. 심장근육의 수축력이 떨어지므로 오랜 기간 방치하면 심장질환이 생긴다.
반면 갑상선 호르몬이 너무 많이 분비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대사가 빨라져 쉽게 더위를 타고 땀이 많이 나며 체중이 감소한다. 심장이 빨리 뛰어 두근거리기도 하고 대변을 자주 보거나 설사를 하기도 한다. 신경이 예민해져 짜증이 늘고 손발이 떨리는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특별한 질환이 없었는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내분비내과 전문의를 찾아가 진찰을 받는 게 좋다.
◇자가면역성 만성 갑상선염이 주요 원인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거나 갑상선의 일부 또는 전부가 수술, 방사성요오드 치료로 제거·파괴돼 호르몬 분비가 크게 줄거나 만들지 못해 생긴다.
가장 흔한 원인은 면역세포가 갑상선을 파괴하는 자가면역성 만성 갑상선염(하시모토병). 10명 중 1~2명은 갑상선기능저하 상태가 지속돼 평생 갑상선호르몬제를 먹어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해줘야 한다. 8~9명은 일시적으로 갑상선 기능이 저하됐다가 자연적으로 정상으로 돌아온다. 갑상선 절제 수술이나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받은 경우도 평생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부작용은 거의 없다.
혈액검사 결과 갑상선기능저하증이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 호르몬제를 먹지 않고 요오드 섭취만 제한하면서 경과관찰을 하기도 한다.
◇증상 개선됐다고 호르몬제 임의 중단 말아야
김정민 인제대 상계백병원 내분비·당뇨병센터 교수는 “갑상선 호르몬제를 2~3개월 이상 먹으면 증상이 좋아지고 갑상선 기능이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데도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면 심장질환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자의적인 치료중단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갑상선 호르몬의 원료는 요오드. 바다에서 자라는 다시마·김·미역 등 해초와 조개·새우·생선, 천일염과 천일염을 쓴 간장·젓갈·김치 등에 많이 들어 있다. 하지만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고 있다고 해서 요오드를 추가 섭취할 필요는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요오드를 제한하는 것이 갑상선 질환의 호전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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