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 수십 가지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직장인 A씨는 용량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은행 앱을 찾다가 신한은행의 ‘신한통’을 발견했다. 앱 설치 없이 모바일 웹에서 휴대폰 본인인증, 고객정보 확인, 약관동의, 실명확인, 비밀번호 설정 등 다섯 단계를 거치니 뚝딱 하고 통장을 만들 수 있었다. 계좌 개설에 소요된 시간은 총 3분. 1일 창구이체 한도가 100만원(인터넷뱅킹·ATM은 30만원)인 한도계좌라고는 하나 3분 만에 만든 것치고는 만족스러웠다. 지나가다 신한은행 영업점이 보이면 들러 정상계좌로 바꾸면 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9월 선보인 신한통은 디지털 환경 변화에서 가장 혁신적인 서비스라는 평가를 받는다. 모바일 웹을 통해 별도의 회원가입 절차나 공인인증서 등록 없이 3분 만에 통장 개설이 가능하고 예적금 가입, 대출신청, 환전, 카드신청 등 웬만한 금융거래도 할 수 있다. 여전히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해야 하는 타행 인터넷뱅킹 서비스와 비교하면 획기적이다.
신한은행에 올 한 해는 특히나 의미가 깊다. 위성호 행장은 지난 20일 ‘2017년 종합업적평가대회’에서 “올해를 ‘디지털영업의 원년으로 삼고 금융의 미래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취임 당시 시급한 은행 혁신과제로 ‘디지털’을 꼽았던 만큼 올해부터는 그동안의 성과가 베일을 벗는다. 카드사 사장 시절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센터를 만들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위 행장이 은행권에서는 어떤 새로운 디지털 전략을 선보일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우선 위 행장의 디지털 역량을 총결합시킨 ‘슈퍼앱’이 2월22일 시장에 나온다. 위 행장은 그동안 슈퍼앱 개발과 이름 등을 직접 챙긴 만큼 디지털콘퍼런스에서 슈퍼앱을 직접 시연할 예정이다. 슈퍼앱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모바일뱅킹 S뱅크·써니뱅크·신한모바일승인·신한온라인등기 등 기능별로 나뉜 총 6개의 앱을 한데 묶었다. 새로운 기능을 개발할 때마다 별도 앱을 추가했지만 종류가 늘어나면서 이용자의 불편이 커지자 통합에 나선 것이다. 다양한 금융 콘텐츠와 기술도 새롭게 담았다. 인공지능(AI) 기반 상담 서비스인 챗봇과 네이버와 협업한 음성뱅킹 서비스를 적용했다. 여기에 영업창구를 방문하지 않아도 증강현실(AR)로 금융상품을 소개하고 추천받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모바일 메신저 대화 중 대화창 종료 없이 바로 송금이 가능한 ‘키보드뱅킹 서비스’도 이달 중 출시한다. 이는 별도의 앱 설치 없이 모바일 키보드에서 신한마크를 클릭해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바로 이체가 가능한 서비스다. 1일 100만원 한도에서 계좌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이체가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전문가 영입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조직과 인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지난해 7월 분산돼 있던 디지털 관련 부서를 ‘디지털그룹’으로 통합·격상시켜 2본부와 1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디지털 사업전략을 총괄하는 디지털전략본부와 모바일 통합 플랫폼 구축을 맡은 디지털채널본부, 빅데이터 분석역량 강화를 담당하는 빅데이터센터로 구성돼 있다. 유연한 디지털 조직 운영을 위해 디지털그룹 내 AI, 블록체인, 엠폴리오(M-Folio), 디지털 얼라이언스(Digital Alliance) 등 7개 랩(Lab) 조직도 별도로 구성했다. 앞서 위 행장의 ‘외부 영입 1호’인 김철기 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가 빅데이터센터장을, 삼성전자·IBM코리아 등을 거친 장현기 박사가 디지털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다.
‘조직의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경영철학 아래 신한은행은 어떤 은행보다 아낌없이 디지털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우선 채용 시스템부터 확 바꿨다. 비슷한 경력을 가진 신입사원을 일괄적으로 채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분야별 채용’을 도입, 지원자가 적합한 분야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중 디지털·빅데이터 분야의 경우 정형화된 자기소개서를 없애고 수행과제를 제시한 뒤 아이디어 및 솔루션을 제출하도록 했다. 채용 관련 정보를 디지털 영상으로 전달하고 해외 지원자를 위해 화상면접을 실시하는 등 디지털 매체를 프로세스에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행 내 직원들 상대로는 해외시장의 금융동향을 발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원정대를 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직원 5명을 선발해 실리콘밸리의 현지 주요기업들을 답사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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