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벤처’인 기업을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벤처기업 확인제도’가 기존의 정책금융기관 중심에서 벤처전문가로 구성된 민간 위원회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그동안 다양한 유형의 벤처산업 출현을 가로 막았던 진입 규제도 유흥 및 사행업종을 제외하고 모두 푼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31일 오후 서울 역삼동 마루180 이벤트홀에서 벤처업계 관계자들과 토크 콘서트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민간중심의 벤처생태계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홍 장관은 “이번 대책은 민간주도로 성장하는 활력 있는 벤처생태계 조성을 위한 첫 걸음으로 벤처확인제도, 벤처투자제도, 모태펀드 등 벤처기반 제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대책”이라며 “벤처 정책을 기존의 관 중심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하면서 관련 법률의 제·개정을 추진하는 만큼 벤처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벤처확인제도는 정부의 각종 지원 대상이 되는 벤처기업을 인증하는 제도로 1997년 벤처육성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됐다. 인증 유형은 △기술보증기금·중소기업진흥공단의 보증·대출 이력 △기관투자가로부터 자본금 대비 10% 이상 투자 유치 △매출액의 일정 비율 이상 연구개발(R&D) 투자 등 크게 세 가지다. 하지만 이 기준에 따라 벤처 인증을 받은 기업 3만3,000개 가운데 90%가 기보·중진공의 보증·대출 실적에 기댈 정도로 벤처확인제도가 기술혁신보다는 대출 회수 가능성 등 재무적 시각에 의해 결정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벤처 특별법을 개정, 벤처 확인 주체를 공공기관에서 민간 벤처전문가로 변경한다. 선배 벤처, 벤처패피탈, 전문 기술 인력등으로 구성된 ‘벤처확인위원회’가 벤처기업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 것. 다만 분야별 전문성을 보유한 연구기관과 전국적인 기술평가 조직을 보유한 기보·중진공의 기술 평가 역량을 활용, 20여개 분야별 전문 심사기관이 기초 평가를 실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석종훈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위원회의 구성과 인원 등 구체적인 사안은 계속 검토 중에 있다”며 “한국거래소의 코스닥위원회 등 비슷한 유형의 민간 위원회를 참조해 향후 마련할 시행령에 담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기부 벤처투자 유형의 투자자 인정 범위도 확대한다. 기존의 전통적인 기관투자가(창업투자회사·벤처투자조합 등 13개) 외에 엑셀러레이터, 크라우드펀딩, 기술지주회사, 신기술창업전문회사 등 6개 투자자 유형을 새로 추가해 벤처투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벤처기업 진입 규제도 철폐한다. 현행 벤처기업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는 23개 벤처기업 진입 금지업종 가운데 유흥 및 사행업종 5개를 제외하고 모두 없애기로 했다. 현재 중소기업에 한정돼 있는 벤처기업 규모 제한도 풀어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벤처캐피탈 시장도 벤처펀드의 자율성과 수익성을 보장해 민간자금 유입을 촉진한다. 사행성 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 벤처투자를 허용하고, VC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투자 제한도 없앤다.
정부가 획일적인 투자를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모태펀드 역시 민간투자를 후원하는 형태로 운영방식을 바꾼다. 올해 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 민간에서 먼저 투자분야·조건을 제안하면 모태펀드가 후행 투자하는 방식이다.
석종훈 실장은 “활력있는 벤처투자 시장 조성으로 201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0.13%수준인 벤처투자 비중을 2022년까지 0.23%까지 끌어올리겠다”며 “혁신성과 성장성 있는 기업을 벤처로 선별, 모험자본을 집중 지원해 매출 1,000억원 벤처를 같은 기간 800까지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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