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선해양플랜트협회를 통해 의뢰한 컨설팅 결과가 회생에 방점이 찍히면서 성동조선해양을 정상화하는 수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법정관리를 졸업한 STX조선해양은 보유현금(약 1,500억원)과 자산매각을 통해 약 3,000억원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데 반해 보유현금이 바닥난 성동조선은 채권단 차원에서 추가 자금 투입 없이는 운영비조차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동조선은 당장 올해 갚아야 할 금융비용(채무상환액·이자)만 597억원, 오는 2020년까지 총 2,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는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다. 채권단이 2019년까지 금융비용 가운데 유예한 금액을 더하면 약 2조6,000억원으로 커진다. 올해 아무리 많은 수주를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다. 결국 대우조선해양(042660)처럼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거나 출자전환, 또는 상환금액을 다시 유예하지 않으면 재무위기는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최대주주(67%)이자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자금을 투입하면 동반 부실화된다는 점이다. 수은은 지난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12.42%로 11년 만에 12%대를 회복했다. 국내 은행들은 내년까지 바젤Ⅲ를 적용받아 자기자본비율을 13%로 높여야 한다. 수은이 성동조선을 지원할 경우 BIS비율이 급락해 정부가 자본확충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와 8개 국책·민간은행이 상반기 1조원 규모로 만들 기업구조조정혁신펀드를 이용해 성동조선을 재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모펀드(PEF)가 정부와 은행이 마련한 모(母)펀드에 더해 자(子)펀드를 조성해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 펀드는 당좌대출·할인어음·무역금융 등 기업 상거래 활동과 관련된 한도성여신을 활용할 수 있다. 수은은 성동조선 매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자금 수혈 부담도 덜게 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펀드는 정부와 국책은행의 소위 ‘독박’ 구조조정을 탈피하기 위해 조성되는 것”이라며 “대상은 중견·중소기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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